서울 이태원동에서 고깃집을 하는 A씨는 지난 10일 인근 식자재 마트에서 상추 1.8kg을 사고 4만9000원을 냈다. 1kg에 2만7220원꼴이다. A씨는 “혹시 계산서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몇 번을 물었다”면서 “주말엔 손님들에게 상추를 10kg 정도 내놓는데 상추 값만 30만원 가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손님들이 (서비스로 주는) 상추를 더 달라고 해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연일 폭염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채소 값이 폭등하자 상추 값이 고기 값과 엇비슷하게 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삼겹살을 상추에 싸먹는 게 아니라 상추를 삼겹살로 싸먹는 게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국내 대형마트·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상추(적상추) 평균 가격은 1kg에 2만1740원이다. 한 달 사이 141%가 뛰었고, 1년 전(1만540원)과 비교해도 두 배 더 올랐다. 반면 같은 날 돼지고기 삼겹살 평균 가격은 1kg에 2만8230원.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고기 가격도 계속 올랐지만, 상추 값이 더 오르면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수입육의 경우는 상추가 더 비싸다. 이날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캐나다산 돼지 삼겹살은 1kg 에 1만7800원이다. 같은 날 온라인몰 쓱닷컴에서 판매하는 덴마크산 통삼겹살도 1kg에 1만9000원 정도다. 수입 돼지고기가 상추보다 8~14% 정도 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