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이 경기도 가평에 문을 연 ‘드론 배송 특화 매장’ 옥상 비행장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드론에 싣고 있는 모습을 시연했다.

12일 오후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 고객이 앱을 켜고 인근 편의점에 라면, 소시지 등이 포함된 ‘해장 세트’와 삼각김밥, 음료를 주문했다. 5분쯤 지나자 하늘에서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작은 박스를 매단 드론이 날아와, 펜션에 마련된 별도 착륙장에 안착했다. 고객이 드론에서 주문한 물건을 꺼내자 드론은 다시 하늘로 솟아 1㎞ 떨어진 편의점으로 돌아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시연한 ‘드론 배송 서비스’의 모습이다.

세븐일레븐 직원이 경기도 가평에 문을 연 ‘드론 배송 특화 매장’ 옥상 비행장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드론에 싣고 있다.(위쪽) 아래쪽 사진은 드론 배송 특화 매장에 있는 관제 타워 모습. /세븐일레븐

유통업계의 드론 배송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상용화에 나선 것은 편의점 업계다. 편의점 세븐일레븐·CU가 이달부터 드론 배송 상용화를 시작했다. 피자업체도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 역시 드론 배송을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삼각김밥도 날아서 배송

세븐일레븐은 13일 경기도 가평에 있는 가평수목원 2호점을 드론스테이션을 갖춘 첫 ‘드론 배송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해 열었다. 매장 옥상에 드론이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장을 마련했고, 드론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 직원이 건물에 상주하며 관제 타워도 운영한다. 주문은 파블로항공의 전용 앱 ‘올리버리’를 통해 가능하다.

세븐일레븐은 드론 배송을 위해 펜션 방문객에 특화된 해장 세트, 분식 세트, 비빔면과 삼겹살 세트 등을 마련했다. 삼각김밥, 치킨, 음료 등 일반 상품 70여 개도 드론으로 배송한다. 세븐일레븐은 우선 가평 펜션 단지에 있는 펜션 한 곳에 착륙장을 마련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연내 다른 펜션에도 추가로 착륙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마련된 착륙장에서 편의점까지의 거리는 약 1㎞로, 편의점에서 출발한 드론이 3분이면 착륙장에 도착할 수 있다.

/자료=각 사

CU도 지난 8일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CU영월주공점에서 드론이 날아올라 3.6㎞ 떨어진 글램핑장(조리기구·텐트 등이 갖춰진 캠핑장)으로 라면·분식·디저트 세트 등을 배달한다. 드론 배송은 캠핑족이 몰리는 금, 토요일에만 운영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드론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분”이라며 “배달 기사 배치, 교통 상황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오토바이 배송보다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선 2020년 GS25도 ‘드론 배송’을 업계 최초로 제주에서 시연했다. 연평도, 백령도, 마라도 등 도서 지역에 입점한 편의점에서 인근 부속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에게 물품을 배송하기 위한 목적이다.

편의점뿐 아니다. 도미노피자는 내년 드론 배송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8~10월, 3개월간 세종시 호수공원에서 232건의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실시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세종시보다 젊은 고객과 가족 고객이 많은 수도권 공원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추가 실시한다.

◇국내 도심 서비스엔 난관 많아

해외에서는 전자상거래업체들을 중심으로 드론 배송이 활성화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올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고객 집 뒤뜰에 물품을 전달하는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구글 계열사인 윙은 지난 4월부터 텍사스주, 버지니아주 등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했고,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역시 지난 5월 드론업체 ‘드론업’과 함께 미국 6개주 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도 드론 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드론을 택배 사업 수단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드론의 야간 비행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드론을 로봇과 함께 ‘미래형 운송 수단’으로 보고 생활 물류 서비스 운송 수단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류가 제한되는 오지(奧地) 배송 등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론 배송 활성화를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드론 비행이 금지돼 있는 데다, 도심 외곽 지역도 군부대와 공항 인근 등 비행 금지 구역이 많다. 드론 업계 관계자는 “건물이 빽빽하고, 전봇대·전기선 등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도심에서 드론 배송을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기술 개발과 규제 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