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공식품과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2차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부터 농·축산물 가격이 잇따라 뛰어오르고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부분 업체가 이미 제품 가격을 한두번씩 올린 상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환율까지 뛰자 다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저렴한 가성비로 승부를 보던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는 물론이고, 커피·피자·과자·캔음료수 업체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라면 1위 업체 농심이 24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도 올 하반기엔 또다시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공식품 2차 가격 인상 도미노 오나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18일부터 버거를 비롯한 40여 종의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5.5%(약 268원) 올린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대표 메뉴인 ‘NBB 시그니처’ 버거는 3700원에서 4000원이 됐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밀가루를 비롯한 원재료 가격이 계속 뛰면서 어쩔 수 없이 제품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앞서 프랜차이즈 업체 KFC도 지난달 오리지널 치킨 1조각 가격을 2700원에서 2900원으로 올렸고, 같은 달에 버거킹은 대표 제품인 햄버거 ‘와퍼’ 제품 가격을 6400원에서 69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 시기는 갈수록 점점 더 짧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6~8개월에 한 번씩 가격을 올렸다면, 버거킹의 경우엔 올해 반년 사이에 2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도미노피자도 지난 1월에 피자 가격을 1000원 올린 데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2일 다시 1000원을 더 올렸다. 작년엔 피자 한 판에 2만5900원이었으나 이젠 2만7900원이다.

커피 업체들이 판매하는 스틱커피·커피믹스·캡슐커피 가격도 이달 초 또다시 올랐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4일 커피믹스·드립백·캡슐커피 가격을 평균 8% 올렸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카페 ‘폴바셋’이 판매하는 RTD·드립백·원두 가격도 지난달 평균 18% 올랐다. 폴바셋 시그니처 블렌드(500g) 제품 가격은 3만2000원에서 4만원으로 8000원 올랐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각종 제품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커피빈코리아는 지난 8일부터 음료를 구매하면 한정 수량으로 1000원에 살 수 있는 아침 식사 대용 제품의 가격을 1500원으로 50%나 올렸다. 커피빈코리아는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 음료 가격을 인상, 아메리카노 가격도 48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코카콜라·환타·스프라이트·닥터페퍼 같은 주요 탄산음료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환타(600ml) 가격은 작년 10월 이미 한 차례 올랐으나 8개월 만에 5%가량 또 올랐다. 최근 20~30대가 즐겨 찾는 와인 가격도 잇따라 오른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부터 수입 와인 106종의 가격을 평균 10.5% 올리기로 했다.

◇라면 가격도 줄줄이 오르나

국내 1위 라면 업체 농심은 2분기 매출액이 7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성장했음에도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75.4% 감소했다고 16일 발표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농심이 국내 시장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최근 원·부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진 데다, 국제 물류 비용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올해 하반기에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하반기에 주요 제품 가격을 다시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밀가루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다 또다시 수급 불안으로 반등하고 있기 때문에 라면뿐 아니라 과자와 빵 가격도 2차 인상의 불안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