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이 추석 이후 신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과 과자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농심은 2016년 8월 이후 4년 8개월간 라면 가격을 동결했었으나, 밀가루와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자 작년 8월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라면은 작년 이후로만 가격이 19% 가까이 오른다.

오뚜기·삼양·팔도 등 작년에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한 다른 라면 업체들도 하반기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대중적인 먹거리인 라면 가격마저 매년 오르면서 서민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른 라면 값

농심은 다음 달 15일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올린다고 24일 밝혔다. 농심의 대표 제품 신라면은 10.9%, 너구리는 9.9% 인상된다. 농심은 작년 8월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으며, 작년과 올해 인상분을 합치면 농심의 라면 제품 평균 인상률은 18.86%에 이른다.

농심이 1년여 만에 다시 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농심은 올해 2분기(연결 기준) 매출은 7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으나 국내 영업이익이 3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농심이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농심은 “올해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다 환율도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시장 1위 농심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작년에 8~9월 일제히 가격을 올린 다른 라면 업체들도 하반기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오뚜기는 작년 8월 진라면(12.6%), 스낵면(11.6%) 등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고, 삼양은 작년 9월 불닭볶음면(9.5%)을 포함해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6.9% 올렸다. 같은 달 팔도도 팔도비빔면(10.9%)과 왕뚜껑(8.6%) 등 값을 평균 7.8% 올렸다.

라면 업체들은 “라면 원재료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맥과 팜유 가격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코로나에 따른 국제 공급망 불안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급 불안정이 겹치면서 소맥의 국제 평균 거래 가격은 2020년 t당 202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365달러로 80.7% 올랐다. 팜유도 같은 기간 627달러에서 1554달러로 147% 폭등했다. 한 라면 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은 많지만 최근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나빠진 데다가 라면이 대표적 물가 관리 품목이어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스낵 등 전방위적 가격 인상 이어질 듯

농심은 라면 외에 스낵류 가격도 평균 5.7% 인상한다. 스낵류 가격 인상은 올해 3월 인상 이후 6개월 만이다. 올해 3월 7.2% 올랐던 새우깡 가격이 다시 6.7% 인상되고, 꿀꽈배기 가격도 올해 6.3%에 이어 5.9% 인상된다.

외식·음료 업계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맥도날드는 오는 25일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4.8% 인상한다. 지난 2월 30여 제품 가격을 100~300원 인상한 지 6개월 만이다. 대표 상품인 빅맥버거는 4600원에서 4900원으로 오르고, 더블불고기버거도 100원 오른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와 맘스터치도 이달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초 음료 가격을 올린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할리스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올 하반기에 다시 가격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