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뜨리움 광장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트럭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이달 31일까지 열리는 유명 도넛 브랜드 ‘노티드’의 팝업 스토어다. 도넛과 각종 굿즈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오랫동안 줄을 서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연말 잠실 롯데월드몰 5층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노티드 매장 플래그십 스토어인 ‘노티드 월드’가 곧 열리는 것을 알리기 위해 미리 팝업 스토어를 연 것인데 소비자 반응이 벌써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패션·명품 매장 어디서나 소비자를 보다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잘 나가는 카페나 식당을 채워넣는 ‘F&B 모시기’가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의류·명품 매장에선 카페 결합형 매장을 내거나 고객을 위해 티타임 서비스를 강화하는 소위 ‘티타임 리테일’, 레스토랑까지 끼워넣는 소위 ‘다이닝 리테일’이 공식처럼 되고 있을 정도다.
◇”잘 나가는 F&B와 손잡아라”…티타임·다이닝 리테일 시대
롯데마트는 지난 달 하이엔드 한우 브랜드 ‘마블나인’의 출시를 앞두고 서울 청담동의 유명 한우 레스토랑인 ‘우월’과 손잡고 오마카세 팝업 행사를 했다. 기존 이 식당이 제공하는 12종의 한우 오마카세 메뉴를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1++등급의 한우 ‘마블나인’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행사였다. 여기에 늑간살, 먹물 트러플 미니 버거까지 추가해 14가지 종류의 음식을 코스로 제공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팝업 기간 내내 예약이 매일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고 그 덕분에 마블 나인 한정판도 빠르게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침대회사 시몬스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면서 부산의 유명 수제버거 가게를 들여와 팝업 스토어 2층에 들여놓았다. 매일 아침 11시30분이면 입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도 이 버거가게 때문이다.
코오롱FnC의 슈콤마보니는 지난 달까지 서울 압구정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성수동의 유명 파이 맛집 ‘뚜르띠에르’과 손잡고 이곳에서 미트파이를 맛보거나 살 수 있도록 했다. 매번 성수동 매장까지 가서 줄을 서야만 살 수 있는 디저트를 자사 매장에서 신발 쇼핑을 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명 F&B 매장과 협업 상품을 만드는 패션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한섬의 덱케는 이태원 내추럴 와인 전문점 ‘튤립’과 손잡고 이곳에서 협업 상품을 판매했고, LMC는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웍셔너리’와 손잡고 협업 상품을 만들었다.
◇명품들도 계속 ‘카페·식당’ 경쟁
명품 브랜드들도 카페 및 레스토랑을 계속해서 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패션 회사 보스(BOSS)는 오는 11월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임시 레스토랑을 열기로 했다. 보스의 패션 감성을 보여주기 위해 내부는 검정과 흰색, 베이지색으로만 꾸며진다.
이탈리아 패션 회사 트루사르디도 오는 가을에 111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맞은편 근처에 식당을 새로 열 계획이다. 예전에도 레스토랑을 운영한 적 있었으나 이번엔 인테리어부터 음식까지 전면 리뉴얼해서 새로 문을 연다.
구찌는 올해 3월 우리나라 서울 이태원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열었고, 자사 브랜드의 고향이기도 한 이탈리아 피렌체에선 올데이 카페 겸 칵테일 바도 새로 열었다.
루이비통은 지난 5월 국내에서 한달 동안 임시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Pierre Sang at Louis Vuitton)’을 열었다. 디올은 우리나라 서울 청담동과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패션 회사 폴로 랄프로렌이 조만간 국내에 카페를 들여올 수 있다는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폴로 랄프로렌은 이미 미국과 런던·파리, 일본·중국에서 카페 복합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