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출국 절차를 밟으려는 해외여행객이 빼곡하게 줄을 섰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연휴가 이어지면서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황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 출국 절차를 밟는 여행객 수백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썰렁했던 식당도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30일 오후 3시까지 2만2000여 명이 출국했는데 이는 평소보다 70%가량 많은 수준”이라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여행객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20~1440원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본격 일상 회복기와 황금 연휴가 겹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에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객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주도·동해 같은 우리나라 주요 관광 여행지는 국내 여행객이 해외로 빠져나간 자리만큼 공백을 겪게 된 데다, 최근 숙박·식음료 가격까지 너무 올라 황금 연휴 특수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킹달러’에도 나간다

국내 1위 여행 업체 하나투어는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하루 평균 일본 여행 예약 건수는 8월 같은 기간보다 1031.8%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우리 여행사를 통해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에만 2000명 정도가 해외로 나갔다”면서 “이 중 상당수가 일본과 베트남, 괌으로 가는 여행객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11일부터 입국자 하루 5만명 상한 기준을 철폐하고 외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우리나라 관광객의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일본으로 출발하는 일부 전세기 여행 상품은 나오자마자 품절 사태까지 빚었다. 롯데관광개발이 11월에 3박 4일 일정으로 출발하는 미야자키 단독 전세기 여행 상품은 출시되자마자 436좌석이 모두 팔렸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단독 전세기 상품 좌석이 모두 팔린 것은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2022년 늘어나는 해외여행객

일본뿐 아니라 홍콩, 대만 여행 예약 문의도 늘고 있다.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이달 홍콩·대만 여행 상품 관련 문의는 지난달보다 2배가량 늘었다. 홍콩이 2년 반 넘게 유지해오던 입국자 호텔 격리 규정을 지난 26일부터 폐지했고, 대만은 지난 29일부터 한국, 일본 등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재개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이달 중순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고 항공 노선도 늘릴 것으로 보고, 대만 여행 패키지 17종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해외로 나간 우리나라 관광객은 70만2153명이었다. 전년 같은 달보다 409.9%가 늘어난 수치다. 1월(14만7434명)에 비해서도 5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국내 여행사들은 때를 놓칠세라 해외여행 수요에 맞추고자 상품을 공격적으로 잇따라 내놓고 있다. SSG닷컴은 한진관광과 온라인에 여행 브랜드 ‘칼팍’의 공식 스토어를 열고 각종 일본 패키지 여행 특가 판매를 시작했다. 티몬은 3일부터 일본·동남아 특가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하나투어는 이달부터 태국 방콕·치앙마이 여행 상품 프로모션을 시작할 계획이다.

◇너무 비싼 국내 여행… 특수 줄어들라

반면 제주도·동해를 비롯한 국내 관광지는 황금 연휴 특수를 날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특수로 숙박·식당·렌터카 등 국내 여행에 드는 비용이 너무 오른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회원이 100만명인 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제주도 렌터카 비용만 4박 5일에 100만원이 들길래 제주 여행을 포기하고 일본 항공권을 예약했다” “동해 펜션이 하룻밤 70만원이나 되는 것을 보고 여행을 취소했다” 같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제주 지역과 강원도 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6.8%, 6.6%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5.7%)을 웃돌았다.

국내 여행객은 줄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계속 늘면서 여행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여행 경상수지 적자는 8억6000만달러로 지난 1월(5억6000만달러)에 비해 53%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