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5시 30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너편 인도를 메운 수십명이 “켜졌다!” “와!”하는 탄성을 질렀다. 백화점 본점을 장식하는 미디어 파사드 조명이 켜졌기 때문이다.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인파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니나 발렌틴(28)씨는 “서울 야경의 명소라는 말을 듣고 숙소 가기도 전에 들렀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찾아온 대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역대급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맞붙었다. 백화점 3사 모두 전담 TF 조직을 꾸리고 1년 가까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다. 경쟁사를 앞서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해외 명소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모두 찾아보고 각사가 머리를 쥐어짰다는 후문이다. 각사는 크리스마스 장식 설치 작업에만 한 달 가까이를 들였다. 화려함 만큼이나 에너지 절약 경쟁도 치열했다. 전력 소비를 최대로 낮출 수 있는 전구를 선택하고 점등 시간도 예년보다 줄였다.
◇이 악물고 내놓은 ‘크리스마스 장식’
롯데백화점은 올해 2월부터 크리스마스TF를 꾸렸다. 지난해 연말 신세계백화점이 미디어 파사드로 큰 화제를 모으자, 올해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각오였다. 전담 인원 5명과 비주얼 전략 부문 디자이너 120명이 10개월 동안 회의만 100여 차례를 거듭했다. 미 뉴욕의 명품 쇼핑가인 렉싱턴 애비뉴와 삭스피프스 에비뉴의 연말 야경을 능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공동 본점 쇼윈도 전체를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몄고 외벽엔 길이 100m 이상의 파사드를 3층 높이로 새로 구축했고 파사드 전체를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으로 장식했다. 한 유명 맘 카페에는 “올해는 롯데가 이를 갈았네요”라는 평들이 오를 정도다.
롯데물산이 잠실 롯데월드 타워 앞 야외 잔디광장에 설치한 회전목마도 화제다. 지난 12일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주말엔 1시간 넘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지금까지 2만3000명이 탑승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5월부터 해외 각지와 접촉해 회전목마를 공수했고, 부산에서 3개월 동안 리뉴얼 작업도 거쳤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본관 미디어 파사드와 점포의 외관을 꾸몄다. 현재 모습을 내놓기까지 1년 가까이 회의를 거듭했다. 크리스마스 기차가 설경 속을 달려 마법의 성에 도착하는 영상을 송출했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선보인 작년과 달리 하나의 스크린으로 크게 펼쳤고 크기도 1.5배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3월부터 크리스마스 TF를 조직해 여의도 더현대서울 5층에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3300㎡(1000평) 규모의 H빌리지를 조성했다. 13m 높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120여 그루 나무, 6000여 개 조명으로 꾸몄다. 실내에서 크레인 작업이 어려워 조명을 설치하는 데만 3주 넘게 걸렸다.
◇”점등 시간 2시간 줄이고”… 에너지 절약에도 집중
백화점 3사는 화려한 장식을 강조한 만큼 에너지 절약에도 신경 썼다. 3사 모두 점등 시간을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로 제한, 예년보다 점등 시간을 2시간 줄여 운영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하루 2시간씩 점등을 줄이면 한 달 기준 7만5000KW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고 탄소 절감에서 소나무 250여 그루를 심는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3사는 또 미디어 파사드와 각종 장식에 일반 조명보다 전력 소비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LED 조명을 채택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회전목마 장식에도 일반 백열전구에 비해 전력소비가 20% 안팎에 불과한 전구를 찾아 썼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려는 인파가 몰릴 경우에 대비해 3사 모두 안전 확보에도 각별한 대비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본점과 건너편에 안전요원 30여 명을 배치해 교통 통제와 보행자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주변과 맞은편 건물에 안전·교통요원 50여 명을 배치하고 340m 길이의 펜스를 설치했다. 현대백화점도 H빌리지 관람을 위해 고객이 몰리는 시각에는 ‘웨이팅 시스템’을 도입해 입장 인원을 통제하는 한편 안전관리 인원을 평소보다 2배 이상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