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3사가 대형 와인 매장을 잇따라 열거나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이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1000㎡ 규모로 문을 연 와인 매장 ‘와인리스트’ 모습. /현대백화점

“여기 언제 이렇게 큰 와인숍이 생겼지?”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이곳 1층에 1000㎡(약 300평) 규모로 들어선 와인 매장 ‘와인리스트(WINE LIST)’ 입구로 손님 4~5명이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28일 문을 연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울렛 쇼핑몰에 들어선 초대형 와인숍이다. 10여 개 패션 매장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공간을 와인을 비롯한 주류(酒類)로만 채운 것이다. 이날 매장에는 이미 수십 명의 고객이 계산대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개점 기념으로 준비한 한정 특가 와인 500여 병이 하루 만에 모두 팔렸을 정도다. ‘와인리스트’ 매장 오픈을 위한 총괄 책임을 맡은 현대백화점 노태정 수석 소믈리에는 “첫날부터 매출이 목표치의 3배를 넘겼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유통 3사인 롯데·신세계·현대가 초대형 와인 매장을 열고 국내 와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돌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작년 말 서울 잠실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매장을 열자 현대백화점도 아울렛 쇼핑몰에 초대형 와인 매장을 연 것이다. 신세계그룹도 내년 상반기 안에 스타필드 하남점에 초대형 와인 매장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3사 모두 초대형 와인숍…주도권 싸움 불붙은 와인 전쟁

현대백화점은 이번 다산신도시 아울렛 쇼핑몰에 새로 연 ‘와인리스트’에 160개 수입사 제품 5500여 종을 들여놓았다. 1만원 미만짜리 상품부터 2억원이 넘는 초고가 상품까지 있다. 60여 종 와인을 즉석에서 따라 마시는 ‘와인 테이스팅 바’, 안주를 사서 현장에서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공간인 ‘푸드랩’도 만들었다.

신세계그룹도 스타필드 하남점에 초대형 와인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주류 수입사 상품은 물론 50~60개 업체와 추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프리미엄 샴페인과 100만원대 고급 위스키, 각종 최고급 전통주를 대량으로 들여오기 위해 제품 목록을 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작년 말 문을 닫은 PK마켓 자리에 초대형 주류 매장을 새로 만들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품목을 그때그때 빠르게 조사하기 위한 대형 테스트 매장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작년 12월 제타플렉스 잠실점에 국내 최대 규모(1322㎡·약 400평)의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를 연 이후 경남 창원에 2호점, 광주 서구에 3호점을 잇따라 새로 열었다. 대형 매장을 새로 열 때마다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면서 지난달까지 3개 매장에 100만명이 넘게 방문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보틀벙커가 입점한 마트 매장은 전체 주류 매출액이 전년 대비 보통 5~6배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난 1년 동안 쌓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혜택과 VIP 클래스를 제공해 경쟁업체보다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로 충성 고객층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2조원까지 커졌다…계속 팽창하는 와인시장

유통 3사는 현재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2020년 7300억원에서 올해는 2조원 이상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 술’ 문화가 확산되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와인 시장이 예상치의 두배를 뛰어넘게 팽창한 것이다. 와인 수입이 급증하면서 와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도 저렴해지자 2030세대 새로운 소비층으로 가세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위스키 계열의 독주(毒酒)와 달리, 누구나 마실 수 있고 럭셔리함을 느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 “1만~2만원짜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와인을 대량 수입해 저변을 넓힌 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시장 성장 가능성이 아직도 크다고 보고 있다. 웰빙 문화 확산 속에 2030세대 소비자들의 와인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1만원대 와인을 즐겨 먹던 젊은 세대가 5만~10만원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