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감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20대에서 높은 인기를 누려온 패션 브랜드 브라운브레스는 올여름 ‘브라운브레스 키즈’를 론칭한다. 2006년 성인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은 지 17년 만이다. 최근 2년여 동안 일부 어린이용 제품을 판매하며 테스트한 뒤 정식으로 사업 확장을 결정했다. 래퍼들이 입을 법한 품 넓은 핏, 필기체로 흘려 쓴 듯한 로고 같은 특징을 키즈 라인에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 박인동 대표는 “부모가 된 과거 청소년 고객층이 자녀들에게 예전에 좋아했던 옷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작년 여름부터 시범 판매해 본 결과 반년 만에 키즈 분야 매출이 배로 늘어 기대가 크다”고 했다.

소비자가 부모가 되면 패션 브랜드도 자녀를 낳는다. 과거 청소년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브랜드들이 이젠 부모가 된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어린이용 제품군인 ‘키즈’ 라인을 잇따라 출시하는 것이다. 이런 키즈 브랜드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엄마·아빠가 좋아했던 디자인을 아이 옷에 그대로 새겨 놓았다는 점이다.

10여 년간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누려온 패션 브랜드 커버낫은 지난해 2월 어린이용 라인인 ‘커버낫 키즈’를 론칭했다. 2008년 처음 브랜드가 세상에 나온 지 14년 만에 탄생한 ‘키즈’다. 커버낫 키즈는 어린이 의류 판매 플랫폼 ‘차일디’가 라이선스 계약을 해 운영 중이다. 론칭 후 1년 만에 어린이 의류 전문 플랫폼 ‘무신사 키즈’에서만 월 매출 1억5000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브랜드가 됐다. 커버낫 키즈도 성인 브랜드와 똑같은 디자인에 사이즈만 축소한 듯한 제품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작년 2월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어린이 라인 ‘무신사 스탠다드 키즈’를 출시했다. 이 회사도 2012년 무신사 스토어를 만든 이후 1020세대의 관심을 동력으로 성장해온 곳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초창기부터 무신사를 이용해온 주 고객층이 구매력을 갖춘 부모 세대가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실제 젊은 부부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회사가 작년부터 무신사 키즈 플랫폼을 별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플랫폼엔 일반 어린이 브랜드와 노스페이스 키즈,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 같은 키즈 브랜드 300여 개가 입점해 있는데, 성인 브랜드의 ‘키즈’ 버전 상품 매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모가 아이와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동질감을 느끼는 ‘패밀리룩’ 트렌드가 유행하는 것도,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브랜드가 키즈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워크, 마르디 메크르디, 예일 같은 브랜드도 젊은 층 인기를 바탕으로 곧장 키즈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