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12시 53분쯤 대구 유원지 수성못 야외무대 근처. 무전기 건너편에서 “이륙!”이란 소리가 들리고 10초쯤 뒤, 약 500m 떨어진 얕은 동산 위로 드론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세로 각 2m 크기에 높이가 0.6m인 이 드론은 날개 아래쪽에 아보카도 새우 피자와 1.25L짜리 콜라, 허니 갈릭 치킨이 담긴 철제 박스를 달고 있었다. 상공 40m까지 솟아 왕복 4차로 도로를 건넌 드론은 천천히 하강해 이내 연못 위쪽으로 진입했고 야외무대에 마련된 임시 이·착륙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륙’ 신호부터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분 43초. 이날 수성못엔 최대 초속 14m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드론은 피자 배달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 유유히 이륙장으로 되돌아갔다.

현장을 관리하던 드론 업체 직원이 피자를 로봇개에게 옮겨 담아 근처에서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던 김상호(36)·박명지(34)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부부는 광고 간판을 보고 오전 11시 30분 예약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오후 1시 배달’을 예약했다고 한다. 배달비는 일반 배달과 같은 2000원이 들었다. 김씨는 “드론으로 피자가 날아온다는 사실이 신기해 주문해 봤는데 오토바이로 시키는 것보다 빨리 배달돼 만족스럽다”고 했다.

◇관심 커지는 드론 배송 상용화

피자 체인인 도미노피자가 이날 대구 수성구청과 손잡고 수성못에서 드론 피자 배달을 시작했다. 6월 25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1~6시에 30분 단위로 11건만 예약을 받는다. 도미노피자는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세종시 공원(2021년 8월), 제주도 해변(2022년 10월)에서 드론 피자 배달을 시험해 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인파가 몰리는 봄철, 인기 유원지를 선택했는데 첫날 오픈 10분 만에 7명이 4시 30분까지 주문을 마쳤다고 한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테스트 강도를 높여가기로 하고, 유통 업계 최초로 도심 배달 시험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업체 외에도 최근 정부, 지자체 구분 없이 드론 배송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용화만 된다면 배달 시간, 인건비, 운송에 드는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물건을 배송하는 시험이 이어지는 것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다른 부분에서 지출이 줄면 배달비나 물류비가 그만큼 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도 한옥마을에서 비빔밥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전주시 공공 배달앱인 ‘전주맛배달’과 연계해 드론을 가맹점의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올해 하반기에 서귀포 남서쪽 가파도 130여 가구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유상 드론 배송을 시작하기로 했다. 제주도와 가파도에 각각 드론 이·착륙장을 설치해 일반 택배를 주고받도록 할 예정이다. 최근 국토부는 두 곳을 포함해 15개 지자체를 드론실증도시로 선정하고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 “연내 섬 지역 상용화 준비”

관심은 커지지만 민간이든 정부 차원이든 실제 상용화 단계까진 아직 한계점이 많이 남아있다. 이날 피자 배달만 하더라도 별도의 이·착륙 포인트를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양쪽 포인트에 드론 관리자를 따로 배치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 배달은 안전 문제 때문에 일반 배달보다 장소 제약은 물론, 인원도 1~2명 더 필요하다”며 “이런 비용들까지 따져보면 아직까진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아파트나 군부대처럼 애초에 드론이 이동하기 어려운 지역이 많다는 점과 항공·물류 관련 법안이 아직 미비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주도 실험을 바탕으로 빠르면 연내 섬 지역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되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에선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드론 배송이 좀 더 빨리 자리를 잡고 있다. 알파벳의 ‘윙 에비에이션’은 2019년부터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가벼운 식품과 생필품을 배달 중이다. 아마존도 2020년 ‘프라임 에어’ 운항을 시작했다.

대구=이태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