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자재비 상승 등을 내세워 가격을 올린 품목은 라면 이외에도 많다. 그중엔 가격 인상 후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곳도 있다. 일부 소비자 단체 등은 “결국 원료비 상승은 핑계고, 기업들이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제품 값을 올려 더 많은 이익을 챙겨 간 것”이라고 비판한다.
각 품목 시장 점유율 선두 업체들이 인상에 앞장섰다. 롯데칠성음료는 올 1월 펩시콜라(캔 355mL) 판매가를 1700원에서 1900원으로 11.8%, 캔커피인 레쓰비 마일드(200mL)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인상했다. “원료와 포장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이후 원·부자재 가격은 하락했지만 이 업체는 인상된 제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캔 음료의 주 포장재인 알루미늄 가격(5월 말 기준)은 1년 사이 t당 약 361만원에서 약 289만원으로 19.9%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제 커피 원두 가격(ICE 선물거래소 기준)도 22.7% 하락했다. 이 사이 롯데칠성음료의 음료 사업 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어 390억원을 기록했다.
동원F&B는 작년 12월 주력 제품인 참치캔 가격을 평균 7% 올렸다. 참치캔에 들어가는 대두유 가격이 작년 5월 t당 1843달러로 1년 새 24.8% 올랐다. 하지만 이후 대두유 가격은 꾸준히 내려 현재는 t당 1095달러로 40% 이상 급락했다. 참치캔 재료인 카놀라유도 지난 1년간 36.5% 떨어졌다. 하지만 동원F&B는 참치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동원F&B 영업이익은 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증가했다.
의류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국제 면화 가격은 1년 만에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지만, 나이키코리아 등 가격을 인상한 업체 중 다시 인하한 곳은 찾기 어렵다. 나이키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