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이화여대 정문 앞. 이곳에서 신촌기차역으로 가는 200m쯤 되는 거리를 걷는 동안 1층 점포 30여 곳 중 20여 곳에 ‘임대 문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대 상권’ 중심도 곳곳이 공실(空室)이었다. 5~6개 건물이 붙어있는 블록 전체가 아예 텅 빈 곳도 있었다.

이대 주변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30 세대가 가장 많이 찾아 최신 트렌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같은 상권이었다. 커피 체인점 시대를 연 스타벅스(1999년),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가두점) 트렌드를 만든 미샤(2002년)가 모두 이대 앞에 1호점을 냈다.

이대 상권 쇠락은 2013년 서울시가 이곳을 ‘쇼핑·관광 권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옷가게와 미용실이 몰린 점을 반영해 특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해당 구역은 의류 및 잡화, 이·미용원으로 제한됐다. 다른 업종이 들어서려면 주차장을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 등 없던 규제를 만들었다. 음식점이나 카페조차 들어올 때 규제를 받으니 이대 상권을 기피하게 됐다. 이러는 동안에 이대 앞은 똑같은 업종만 있는, 매력 없는 상권으로 변했다. 여기에 사드 사태와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이대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1997년부터 이대 앞에서 26년간 운영했던 분식집조차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지난 4월에서야 서대문구가 나서 업종 제한을 풀었다. 이대 상인회는 “탁상공론식 행정으로 나온 육성책은 없는 정책보다 못하다는 것을 지난 10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