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는 살아있는 존재예요. 치즈 마스터는 그 과정을 주의 깊게 보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돕는 거고요. 치즈의 본래 고유의 성질을 인내심을 갖고 이끌어낸다는 점에선 아이를 기르는 것과도 비슷하죠(웃음).” 프랑스에서도 최고 치즈 명장으로 꼽히는 로돌프 르 뫼니에(48)는 만나자마자 향기가 강렬한 치즈 한 조각부터 잘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르 뫼니에는 2007년 프랑스 정부가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임을 인정해 주는 제도인 MOF(Meilleur Ouvriers de France)에서 국가 공인 치즈 명장 인증을 받았고, 같은 해 세계 최우수 치즈 콩쿠르 대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프랑스 투르에서 할머니·아버지 뒤를 이어 3대째 치즈·버터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국내 한 호텔과의 협업 때문에 방한한 르 뫼니에를 지난 6일 서울 잠실에서 만났다. 르 뫼니에는 “한국 고객들이 치즈에 생각보다 관심을 가져 놀랐다”고 했다. 르 뫼니에는 매년 400여 종의 치즈·버터를 그의 이름을 딴 상표 ‘RLM’으로 내놓는다. 미국·호주·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20여 곳에 수출한다. 국내에선 작년부터 현대·갤러리아 백화점, 서래마을 치즈 전문점 ‘르므니에’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 호텔신라 사장이 이곳 제품을 먹어보고 자사 판매 상품에 포함하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르 뫼니에는 “남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만 따르지 않는 것이 우리 제품의 특징”이라고 했다. “어떤 치즈는 향기로운 브랜디로 계속 닦아주기도 하고, 숯으로 겉면을 감싼 뒤 동굴 속에 집어넣고 숙성시키기도 합니다. 커피 가루를 묻히고 숙성시켜 향을 더 신선하게 바꾸기도 하고요.” 버터도 엄선된 우유를 손으로 휘젓고 굳히는 수제 방식을 고집한다. 반은 달고 반은 짭짤한 맛이 이 과정에서 완성된다. 다시마·고추를 첨가해 독특한 맛을 낸 것도 만든다.
르 뫼니에는 “자꾸만 새로운 치즈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만큼 치즈의 세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를 벗어나면 여전히 치즈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그 벽을 무너뜨리는 상품을 내놓고 싶은 거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치즈 시장 규모는 3849억원가량으로 2019년에 비해 15%쯤 늘었다.
르 뫼니에는 “보통 치즈를 와인과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후 4시쯤 커피나 차와 먹어도 좋고, 퇴근하고 오후 9시쯤 소주 같은 독주 한잔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고 했다. “연어 초밥에 밥 대신 콩테치즈를 넣어 먹어도 좋고요. 기대하지 않은 맛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