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 서울’이 개점 3년째인 올해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월부터 이달 2일까지 더현대 서울의 매출이 1조41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국내 백화점 가운데 개장 후 가장 짧은 기간에 ‘점포당 연 매출 1조원 돌파’를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2016년 12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이 개장 6년 차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이 최단 기록이었다.
더현대 서울은 평일 직장인 중심이던 여의도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말이면 공동화되다시피 하던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직장인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평일 낮 한산한 여의도 거리가 최근엔 젊은 외국인들로 북적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더현대 서울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갖춘 유통 매장이 지역을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제품 판매보다 ‘머물고 싶은 곳’으로
더현대 서울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백화점 방문 자체를 꺼릴 때였다. 더구나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해 이커머스가 득세하면서, ‘오프라인 쇼핑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유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넥타이 부대만 가득한 여의도에 무슨 백화점을 짓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다.
현대백화점은 오히려 이런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더현대 서울은 매장을 ‘제품 판매’보다 ‘고객이 더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목표에 맞춰 설계했다. 전체 영업 면적(8만9100㎡)의 절반 이상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미고,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천장을 설치했다.
줄어든 매장 공간에는 휴식 공간과 체험 공간을 늘렸다. 더현대 서울 5층에 3300㎡ 규모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를 꾸몄다. 이곳에 작은 식물 정원을 꾸며 고객들이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는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 붐비고, 오히려 주말에는 한가하다”며 “낮이나 주말에 움직이는 백화점 주요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최적의 입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풍경을 바꾼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MZ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한 행사들을 열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고정된 브랜드 매장 이외 여유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한 덕에 BTS, 르세라핌, 아이브, 블랙핑크 등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의 팝업 스토어를 수시로 열 수 있다. 이곳을 찾기 위해 젊은 외국인 고객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점포의 2022년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7.3배 늘었고, 올해 1~11월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배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점포 평균 신장률(305%)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K패션과 K팝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필수 코스가 됐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은 인증샷 명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11m 높의 트리와 16개의 유럽풍 상점·골목으로 꾸민 ‘해리의 꿈의 상점’이라는 테마 공간은 2만2000명씩 모집하는 두 차례 방문 예약이 모두 3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