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킨케어 최고(Korean skincare is the best!)”

지난 17일 서울 강남 CJ올리브영 언주역점 매장.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방한한 LA 다저스팀의 선수단 아내 10여 명이 이곳에서 다같이 쇼핑한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이들 중엔 제임스 아웃맨의 아내인 다샤 아웃맨, 윌 스미스의 아내 카라 스미스 프레디 프리먼도 있었다.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 관계자는 “우리도 이분들이 매장에 들를 줄 미처 몰랐다”면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요즘 올리브영이 ‘K화장품 쇼핑 성지’로 꼽히다 보니 이들도 방문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7일 방한한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의 LA다저스 선수단 아내들이 서울 강남구에 있는 CJ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모습.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약 39%와 67% 늘었다. /인스타그램

올리브영의 작년 매출액이 3조8612억원(별도 기준)을 기록하면서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K뷰티를 이끌며 오랫동안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출을 견인해온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전체 매출(3조6740억원)보다 많고,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 매출(2조8157억원)을 넘은 금액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제조·수출 기업이고, 올리브영의 경우는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선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만큼 업체 성격이 다르긴 하다.

올리브영의 성장 속도는 그럼에도 괄목할 만하다. 매년 두 자릿수씩 매출을 늘려가고 있고, 전체 25조1411억원 규모의 국내 뷰티 시장에 작년 15%가량의 점유율을 보여줬다. 2020년 9.7%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을 3년 만에 5% 넘게 늘렸다. 헬스&뷰티 시장만 봤을 땐 90% 점유율을 자랑한다.

그래픽=김하경

◇뷰티 시장 15% 차지한 올리브영

올리브영은 2020년 팬데믹의 수혜를 입고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다. 본래 헬스&뷰티 스토어로 시작한 올리브영은 롯데쇼핑의 롭스,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함께 코로나 직전까지만 해도 서로 출혈경쟁을 벌이며 수익성이 악화되기도 했었다. 신세계의 시코르, LVMH의 세포라까지 뛰어들면서 시장 성장세도 둔화되는 추세였다.

코로나로 인해 롭스, 랄라블라가 시장에서 고전하고 매장이 줄어들 때 올리브영은 반대로 치고 나갔다. 반사이익을 누리며 오히려 매장을 더 늘려나갔다. 2020년 1259개였던 매장은 2021년 1265개로 늘었고, 2022년 1298개가 됐다. 롭스, 랄라블라는 2022년 결국 철수했고 올리브영은 경쟁자들의 빈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올해 5월 LVMH의 세포라도 올리브영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결국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을 정도다.

코로나 기간을 기점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같이 키우는 이른바 ‘020(Online to Offline)’ 전략을 쓴 것도 묘수로 평가된다. 코로나 기간 매장 방문객이 70~80%까지 감소하자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3시간 이내 배송이 되는 ‘오늘 드림’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온라인 구매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회수하는 ‘스마트 반품’, 온라인 주문 후 편리한 매장에서 픽업 가능한 ‘오늘드림 픽업’도 가능하도록 했다. 전국 매장을 사실상 온라인 판매처와 물류 거점으로 활용,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속 늘린 결과 작년 3분기 온라인 매출은 26%가 됐다. 멤버십·제품 기뷰를 강화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도 1000만 건을 돌파했다.

◇'K뷰티 생태계’ 만들어 거듭나다

대형·유명 브랜드보다 상품 경쟁력이 있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전략을 활용한 것도 기존 매장과 차별점을 강화시키는 올리브영만의 매력 포인트가 됐다. 올리브영 취급 브랜드 2400여 개 중 80%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 인디 브랜드다. 코로나 이후 면세점보단 가성비 상품이 많은 전문 판매점을 향하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최근 올리브영 앞에 줄을 서는 것도 이 같은 ‘K뷰티 보물찾기’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담당 MD(상품기획자)가 브랜드사와 컨설팅을 하고 매입해서 매출을 올리는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면서 “상품 설명부터 마케팅 문구까지 책임지는 체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상품을 소싱하고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