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항의하는 고객 수백 명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일 티몬·위메프 정산금 지연 문제가 불거진 이후 17일 만이다. 이날 류 대표는 고객들에게 “1~2일 내로 소비자 환불을 마무리하고,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영세 소상공인에게도 정산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반면 티몬·위메프의 오너 격인 구영배 큐텐 대표는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위메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을 25일 중으로 책임지고 완수할 것”이라며 “1순위로 소비자, 2순위로 영세 소상공인의 피해가 없게 하겠다”고 했다. 티몬·위메프 법인 파산이나 회생 절차 여부에 대해서는 “최악의 사태로 상정하고 있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류 대표는 현재 대형 거래처들이 위메프의 법인 통장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라고도 했다.
류 대표가 찾은 현장에서는 전날부터 여행 상품 등에 대한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티몬과 위메프의 카드 거래 중지로 고객의 계좌로 직접 송금해야 했기 때문이다. 25일 저녁까지 소비자 환불 약 1500건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티몬의 류광진 대표는 보도 자료를 내고 “피해 구제와 함께 결제 재개 등 고객과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 구영배 대표는 이날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던 구 대표는 최근 한국에 입국해 사태를 수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입장을 묻는 본지 질문에 문자메시지로 “당장은 위기 대응 조치를 신속히 해서 상황을 안정시키고 이후에 인터뷰를 하고 싶으니 양해 부탁드린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티몬, 위메프에 소속된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구 대표가 공식 해명 없이 수습 중이라고만 한다”며 “계열사 대표만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 인수 이후 실적이 계속 악화됐고 부채도 늘어났다. 큐텐은 지난해 3월 야놀자에서 사들인 인터파크커머스의 인수 대금 1680억원도 아직 야놀자에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구 대표는 지난 2~3월에도 약 2300억원을 들여 이커머스 위시와 AK몰을 인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에서는 지난해부터 산발적으로 거래 대금 정산이 지연되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 티몬·위메프에서도 잇따라 거래 대금 정산이 지연됐다. 구 대표의 무리한 확장이 산하 이커머스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책임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