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역 6번 출구 인근. 떡볶이 가게가 즐비한 골목에 10~20대로 보이는 이들이 패션 디자이너의 브랜드 쇼핑백을 들고 지나다녔다. 신당동 주민센터 반경 500m에서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쇼룸 수십 곳이 영업 중이었다. 인기 있는 쇼룸은 쇼핑하는 소비자들로 왁자지껄한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신당동이 달라지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옷가게 콘셉트를 잘 드러내는 ‘쇼룸’ 입지로 신당동을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다. 의류 제작에 필요한 부자재 업체와 공장이 가깝고 임차료가 저렴한 특성 때문이다. 그러자 유행에 민감한 10~30대 손님이 몰리고, 이를 포착한 신세계그룹과 무신사와 같은 패션 기업들도 신당동을 주목하고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다.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콘셉트를 내세워 서울 중구 신당동에 '쇼룸'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의류 브랜드 루시르주, 비아플레인, 닐바이피의 쇼룸 전경. 신당동의 10대 쇼핑객 소비는 2022년 1~3분기 대비 작년 동기에 13.8배 올랐다. /루시르주·비아플레인·닐바이피

◇신진 디자이너 몰리자, 10~30대 따라왔다

신당동이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건 수치로도 나타난다. BC카드의 매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신당동의 신변 잡화(가방‧액세서리‧신발)류 소비 금액은 2022년 1~3분기 대비 2024년 1~3분기에 크게 올랐다. 특히 10대들의 소비는 2022년 대비 13.8배가 올랐고, 20대는 2.7배, 30대는 2배 올랐다. 전 연령대로 치면 2022년보다 1.5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부문 매출액은 10대에서 3배가 늘었고 20대는 10% 증가했다.

10~30대 손님들은 신당동의 패션 거리가 오래된 건물과 재래시장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이 매력 요소라고 했다. 최근 신당동을 방문한 20대 한모씨는 “압구정, 한남, 성수를 많이 놀러 갔는데, 최근에는 을지로와도 가깝고 쇼핑할 곳도 많은 신당동을 자주 오는 편”이라며 “근처에 재래시장과 맛집도 많아 놀거리가 많다”고 했다.

◇신당동에 투자하는 패션기업들

신세계 계열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온라인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쇼룸 둘러보기 콘텐츠 등을 만들어 신당동 디자이너를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디자이너와 팬들이 만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라이브 일주일 전 앱에서 참여자를 모집하고 브랜드와 상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미리 받고 당일에 디자이너, 인플루언서들과 직접 소통하고 구매도 하는 식이었다. 신상품 출시 기념 MD가 방문한 ‘W쇼핑맵’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패션 플랫폼들은 신당동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숏폼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무신사는 최근 서울 신당동에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인 ‘무신사 스튜디오’ 5호점을 열었다. 소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기획부터 생산, 촬영, 판매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디자인과 패턴 작업에 용이한 워크룸을 비롯해 전문적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7개와 메이크업 룸, 재고 적재를 위한 창고 등이 제공되는 식이다.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도 작년 말 버티고개역 인근에 신축 건물을 세우고 사옥으로 활용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핫플레이스가 여러 곳 있지만, 신당동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요즘 유행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어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