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국 콘래드 워싱턴 DC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쿠팡 김범석 의장(왼쪽 사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트럼프의 취임식과 만찬, 무도회 행사에 참석한다. 사진은 지난 18일 뉴욕 JFK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 회장./연합뉴스

김범석 쿠팡 의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자리에 각각 참석한다. 두 사람은 주요 인사와 고액 기부자들만 앉을 수 있다는 주요 좌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지켜본 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공식 무도회와 주요 비공식 무도회에도 나란히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 업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경쟁을 벌여온 이들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주요 행사에서도 한국 기업인 중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 대통령 취임식에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나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국내 재계를 대표해 활동했으나, 이번 트럼프 2기 취임식에선 이 두 사람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전날 콘래드 워싱턴 DC호텔에서 열린 리셉션에 참석했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개최한 비공개 행사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2기 정부 인사 50여 명을 비롯해 2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같이했다.

이날 소셜미디어 등에는 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찍은 사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와 만나 대화하는 사진 등이 속속 올라왔다. 김 의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쿠팡을 창업한 미국 국적 기업인이다. 대만계 미국인을 배우자로 두고 있기도 하다. 김 의장이 국제 인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대미 관계에 신경을 써온 결과, 이번처럼 트럼프 2기 정부의 주요 인사가 두루 참석하는 비공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쿠팡 김범석 의장이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전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트럼프 당선인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워싱턴 공동취재단

실제로 2010년 출범한 쿠팡은 현재 시애틀에 미국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 2021년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지난달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된 알렉스 웡은 최근까지 쿠팡 워싱턴DC 사무소에서 정책 총괄 임원(부사장급)으로 일한 바 있다.

김 의장은 20일 개최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만찬, 무도회에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김 의장은 20일 취임식과 저녁에 열리는 공식 무도회 3곳, 각 단체가 여는 비공식 무도회 20여 곳 중 여러 곳에 초청 받았다”면서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가능한 두루 참석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20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참석하게 된 정 회장은 취임식 전후로 열리는 각종 일정에 참여하는 한편, 취임식과 만찬 및 VIP들만 초청받는 각종 무도회에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작년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먼저 만난 국내 재계 인사였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5박 6일 동안 머물며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 DC로 향하는 전세기를 타기 위해 뉴욕을 경유하며 JFK 국제공항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식에서 미국 주요 정계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주니어가 많이 소개해 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맺은 인연에 대해서는 “2년 정도 만남을 이어 왔고 서로 좋아하는 것이나 신념이 비슷해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