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두 얼굴의 베트남-뜻 밖의 기회와 낯선 위험의 비즈니스>라는 책도 썼지요.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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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고향 집에 내려가지 못하는 1인 가구나 외국인들에게는 설 명절이 괴로울 수 있습니다. 요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장 끼니 해결하기도 만만치 않거든요. 영업하는 식당을 찾다 편의점 음식이나 간편식으로 밥을 때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입니다. 뗏(Tet)이라 부르는 설 명절을 쇠는 베트남에서는 노동보훈사회부가 정한 연휴(올해는 1월 25일부터 2월 2일) 앞뒤로 휴가를 붙여 2주에서 3주가량을 쉽니다. 식당이나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에 사는 1인 가구나 외국인들에게 “설 명절 기간에 굶어 죽지 않으려면 미리 식량을 비축해두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먹을 걸 구하지 못해 당황하지 말라는 배려죠.

설 명절을 맞아 베트남 전통 복장 아오자이 등을 입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 /호찌민=이미지 기자

이번 설 명절엔 굶어 죽을 걱정이 좀 덜해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문 연 가게들이 꽤 있었거든요. 이 가게들은 ‘설 명절 기간에 정상영업합니다’라는 공지문을 대문짝만 하게 걸어놓고 손님을 끌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시 한 쇼핑몰에 있는 식당들은 점심부터 몰린 손님들로 재료가 떨어져 저녁 장사를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밥 먹기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문 연 식당들이 꽤 보여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한 식당에서 이런 문구를 봤습니다. “뗏 연휴에는 10% 비싸게 받습니다.”

◇베트남의 변동가격제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퍼짱이란 쌀국수 가게에는 베트남어·영어·한국어로 된 공지문이 붙었습니다. ‘2025년 신축년 설 연휴기간 동안 판매 추가 요금’이라는 제목의 이 공지문 내용을 보면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총 계산서의 10%를 추가 요금으로 받습니다. 가게는 “연말에 원재료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설 연휴기간 동안 고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날 추가 요금을 고객에게 통지하고자 합니다”라고 설명을 적어놓았습니다. 9만9000동(5811원)짜리 쌀국수가 10만8900동(6445원)이 되는 식이죠.

베트남의 한 식당에 붙은 설 추가 요금 공지문. /호찌민=이미지 기자

꽌웃웃이라는 바비큐 전문점에서 밥을 먹고 받은 영수증 상단에는 ‘명절 서비스 수수료 10%’라는 항목이 적혀있었습니다. 107만동(6만3191원) 상당의 가격 중 9만6900동(5688원)이 명절 수수료로 청구됐지요. 비아크래프트라는 맥줏집은 1월 28~31일 동안 10%의 추가 요금을, 캐슈치즈델리라는 식당은 전체 가격의 15%를 받았습니다.

음식값만 오르는 게 아닙니다. 렌터카 등 교통비도 30% 비싸졌습니다. 이 역시 설 명절 기간에만 부과되는 ‘특별 요금’이지요.

베트남 호찌민시 한 맥줏집 메뉴판에 붙어있는 설 명절 추가 요금 10%에 대한 공지. /호찌민=이미지 기자

가게들은 “설 연휴 기간 증가하는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 개정 노동법에 따르면 법정공휴일과 뗏연휴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통상임금 외에 300%를 수당으로 받을 수 있고, 초과근무나 야간근무를 하는 근로자는 통상임금의 최소 390%를 추가 수당으로 받습니다. 인건비가 최소 4배로 늘어나는 거죠.

비싼 인건비를 내더라도 문을 열겠다는 가게와 명절 기간 쉬지 않고 일해서 돈 벌겠단 직원이 많아지면서 설 명절 고객들의 선택지가 늘었습니다. “요금을 좀 더 내더라도 선택지가 넓어져서 좋다”는 고객도 있지만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 패스트푸드점 등을 찾겠다”는 고객도 있습니다. 같은 음식, 같은 서비스를 비싸게 소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지요.

◇한국에서도 비싸게 팝니다?

한국에서도 이중가격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매장 판매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중 가격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SPC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일부 음료 가격의 경우 매장 가격보다 배달 플랫폼 이용 가격을 비싸게 받고, 롯데GRS의 롯데리아도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9%가량 비싸게 받습니다. 맥도날드·버거킹·KFC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달리 받고 있지요.

업체들은 “중개 수수료 등 배달 플랫폼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가맹점주들의 민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배달비를 손님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 패스트푸드 체인인 웬디스. /웬디스

베트남이나 우리나라 뿐만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은 탄력가격제, 가격변동제, 다이내믹 프라이싱 등으로 불리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는 사람이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대엔 햄버거 가격을 비싸게 받고 그렇지 않은 시간엔 할인해 판매하는 변동 가격제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번복했고, 일본 코카콜라는 야간 시간대에 음료 가격을 10엔씩 내리는 변동 가격제를 자판기에 도입했습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나 할인 같은 변동의 이유가 고객이 납득할만한 것인지, 가격 변동의 폭이 합리적인지 등입니다. 같은 가격을 다르게 받는 것에 대한 고객 반발도 감내해야겠지요. 인건비·부대비용 증가 등이 기업이나 업체가 감당할 몫인지, 고객이 부담해야 할 비용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설 명절에 문을 활짝 연 베트남 식당들을 보며 ‘우리나라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님들은 설 명절 영업하는 식당에 금액을 더 지불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적정선은 얼마일까요? 합리적 가격인지 꼼수인지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느낄 겁니다.


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두 얼굴의 베트남-뜻 밖의 기회와 낯선 위험의 비즈니스>라는 책도 썼지요.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사이공 모닝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