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쇼핑몰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사업 확장을 위한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도 새로 구성할 예정이다. 2023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작년 6월 매출 2000억원을 넘겼고, 개장 354일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자 확대에 나선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작년 3분기 해외 사업 매출액도 24.6%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몰에 몰린 누적 방문객은 하노이 전체 인구수인 860만명보다 많고, 하노이몰의 매출 2000억원은 베트남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인 50만원의 40만배에 달하는 성과”라고 했다.

내수 경제가 계속 침체의 터널에 갇히자 국내 백화점, 마트, 편의점을 비롯한 주요 유통 업체들이 해외에서 적극 활로를 찾아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처럼 소비 여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도 아직 수퍼나 마트 같은 편의 시설이 부족한 국가를 공략하는 전략을 주로 쓰는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일 그룹 사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고,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노브랜드 등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도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해외 점포 수를 늘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내수 시장만으로는 부족”

유통 업계의 해외 진출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이 해외에 진출했으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대형 마트는 2017년쯤 중국 시장에서 사드 보복 조치가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열며 중국에 진출했지만 2017년 철수했다. 롯데는 2008년 중국에 진출해 롯데마트 119개점까지 점포를 늘렸으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고전하다 2018년 결국 중국 사업에서 철수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2017년 이란 진출을 시도했으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로 1년 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베트남 진출을 선언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겹치자 이후 철회했다.

유통 업계가 그럼에도 최근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국내 내수 시장이 계속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2.2% 줄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2022년(-0.3%)과 2023년(-1.5%)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의복 등 준내구재(-3.7%)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등이 일제히 감소했다.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었던 편의점도 성장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최근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을 전년보다 0.06% 늘어난 11조619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가량 줄어든 2757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개월 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비교하면 매출이 약 5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1200억원 줄었다.

◇해외 사업, 더 키운다

업체들은 이에 해외 진출을 바짝 서두르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노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마트는 라오스에 노브랜드 1호점을 열고 향후 5년 이내 노브랜드 매장 약 20개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마트는 필리핀에도 노브랜드 매장을 열어 현재 점포 16개를 운영 중이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신 현지 유통 업체와 계약을 맺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을 택해 위험도를 낮췄지만, 결국 해외시장 공략은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라오스에 ‘팩토리스토어’ 1호점을 공개하는 등 인도차이나반도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편의점은 GS25와 CU를 합쳐 해외 점포 수가 이미 1200개를 넘어선 상태다. 이들은 앞으로 몽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까지 각국 500개 점포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GS25의 경우엔 몽골에서만 267개, CU는 44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 업체 초록마을도 최근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와 계약을 맺고 상품 판매에 나섰다. 이달부터 PB 상품을 현지 온라인몰에 입점시키고 판매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