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파가 찾아온 4일 오전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아이스 음료를 마시고 있다. /박성원 기자

새해 들어 커피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른바 ‘저가 커피 3대장(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중 한 곳인 컴포즈커피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올린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에는 스타벅스·할리스·폴바셋이 커피가 들어간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국내만의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식음료 기업 네슬레와 던킨앳홈 등을 보유한 국제 음료 기업 J.M. 스머커 컴퍼니도 최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작년부터 누적된 원두 가격 인상이 본격적으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단 분석이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작년 2월 1t당 각각 4152달러, 3134달러였던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올라 이달 8397달러, 5534달러를 기록했다. 1년 새 각각 102%, 77% 올랐다. 작년 내내 커피 가격이 안정되지 않았고, 이에 올해 또다시 카페 메뉴 가격이 줄인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커피 가격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가뭄과 폭우를 겪으며 나빠진 작황이 회복되기까지 2~3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를 주로 마시던 중국에서 최근 커피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그래픽=김성규

◇줄줄이 가격 오르는 커피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전문점에 이어 저가 커피 전문점의 가격까지 오르면서 카페 업계의 제품 가격 줄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컴포즈커피는 2014년 브랜드 출시 이후 줄곧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으로 유지해 왔지만, 이번에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올렸다. 컴포즈커피 측은 “원두 가격 폭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돼 기존의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편의점의 PB 커피도 가격이 올랐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이달 PB 커피 제품 ‘아임이(e) 쓴·단·짠·향 커피(500ml)’ 가격을 기존 1300원에서 1400원으로 100원(7.7%) 인상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세븐셀렉트, 헬로맨, 앙리 마티스 컵커피 등 PB 커피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브라질 가뭄, 베트남 폭우가 부른 커피 흉작

커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즐기는 음료지만 원료가 되는 원두는 적도 부근의 일부 지방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북반구에서는 베트남, 남반구에서는 브라질이 주요 생산지다. 작년에 두 나라가 연달아 폭우와 가뭄을 겪자 전 세계 생산량도 타격을 입었다.

고급 원두로 꼽히는 아라비카는 브라질에서 전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나온다. 18~21도에서 잘 자라는데, 최근 브라질에서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나며 재배 면적이 점차 줄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브라질에 심각한 가뭄이 들며 결정타를 입었다. 브라질 가뭄의 영향으로 이달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977년 이후 4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커피 재배지가 한번 가뭄 등으로 타격을 받으면 회복되는 데 2~3년이 걸려 생산량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농업부 산하 공공기관 코내브(CONAB)는 올해 브라질의 아라비카 원두 생산이 작년 대비 4.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주로 저가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커피도 주요 산지인 베트남에 폭우가 쏟아지며 작황이 나빠졌다. 여기에 베트남 커피 농가가 커피보다 키우기 덜 까다롭고 수익성은 높은 과일인 두리안으로 재배 작물을 전환한 것도 영향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과 베트남이 세계 커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커서 두 산지 원두 가격이 올라도 케냐, 에티오피아 등 다른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커피 수요도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 특히 차를 주로 마시던 중국에서 젊은 층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국제 원두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커피 소비는 2020년 26만8800t에서 2024년 37만8000t으로 늘어났다. 중국의 늘어난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소비한 원두 총량의 절반에 달한다. 이 때문에 커피 생산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이미 늘어난 커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가격이 안정세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