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는 최근 ‘이집트산 냉동 딸기’를 팔기 시작했다. 원래 이집트는 평균기온이 높은 탓에 딸기 당도가 보통 국산보다 낮아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국산 딸기가 작년 1만8144원(1㎏ 기준)에서 지난달 2만976원으로 15%가량 오르자, 이젠 당도가 좀 낮더라도 가격이 더 저렴한 딸기를 찾는 고객이 늘었고, 이에 이집트산 상품 판매를 재개한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설탕을 첨가한 주스나 과일청으로만 쓰이던 수입산 냉동 딸기가 이젠 더 저렴한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마트 전면으로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가 갈수록 심화되고 ‘싼 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젠 과일과 고기, 수산물 같은 신선 식품에서도 ‘새 원산지 발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고기나 과일 같은 신선 식품만큼은 값이 좀 더 비싸도 국산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고, 낯선 나라에서 수입된 제품은 잘 구입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엔 가격이 더 싸다면 원산지를 가리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대형 마트들도 예전엔 ‘인기 원산지’ 제품 위주로 상품을 들여왔다면, 이젠 ‘더 싼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원산지’ 상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돼지고기, 이젠 네덜란드·덴마크·멕시코산(産)도 팔린다
수입처가 가장 다양해진 품목은 돼지고기다. 기존엔 국산 돼지고기보다 저렴한 대안으로 보통 미국산 혹은 캐나다산 정도가 많이 팔렸다면, 최근엔 남미·유럽산 돼지고기도 많이 팔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56만3209t(톤)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외국산 중 시장점유율 1위는 여전히 미국(34.7%)이지만, 이후로는 한층 다양해졌다. 칠레·스페인산부터 네덜란드·독일·덴마크·멕시코·스페인·오스트리아·캐나다·핀란드 등에서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추세다. 외국산이 늘면서 올해 들어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100g당 2548원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22년 2612원보다 저렴해졌다. 육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육류만큼은 국산이나 친숙한 나라에서 온 상품이 아니면 잘 소비하지 않았지만, 최근엔 장바구니 부담을 줄일 수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낯선 국가에서 들여온 상품도 사들이는 추세”라고 했다.
대형 마트도 이에 계속 원산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기존에 판매해온 미국·캐나다·스페인산에 더해 네덜란드나 덴마크산 돼지고기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스페인산 냉동 삼겹살보다 5% 저렴한 네덜란드산 삼겹살을 들여왔다.
◇“베트남 망고부터 아프리카 갈치까지… 저렴한 것만 팔린다”
대형 마트가 기존에 수입하지 않던 곳까지 찾아가며 원산지를 넓히는 이유는 싼 물건이 아니면 더는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소매 판매액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지역별 소매 판매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소비가 계속 둔화되면서 수요는 ‘싼 물건’에만 몰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설 명절 선물 세트 판매 때 기존 태국 골드 망고를 페루산 애플 망고로 대체해 4만원대로 가격을 낮춘 ‘샤인머스캣∙망고 세트’를 판매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샤인머스캣 선물 세트는 배 선물 세트보다 매출 신장률이 3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후 변화로 국내 어획량이 좋지 않았던 수산물도 외국산이 밀려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자미 어획량이 줄어들자 2021년 이후 4년 만에 미국산 가자미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산 각시가자미는 무게 400~450g에 한 마리당 2000원 수준이다. 국산 일반 작은 가자미(200~250g)보다 크기는 더 큰데 가격은 반값 수준이다. 어획량이 줄어든 갈치는 최근 세네갈산이 잘 팔리는 추세다. 세네갈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갈치는 국산 갈치와 맛이 가장 비슷하면서도 값이 싸고 크기는 큰 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작년 폭염 같은 기상 이변으로 국내 갈치 어황이 나빠져 세네갈 갈치를 수입하기 시작했다”면서 “국산 갈치에 비하면 가격이 절반 수준이고 다른 외국산 갈치에 비해서도 20% 저렴하다”고 했다.
과일 역시 기존 수입 국가보다 가격이 더 싼 국가로 산지가 확대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작년 말부터 1개 4990원인 태국산 망고 대신 가격이 40% 저렴한 베트남산 망고를 찾아내 2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 3990원이던 필리핀산 바나나는 가격이 절반 수준인 베트남산 바나나로 대체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