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즉석밥은 90초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후추와 소금만 넣어 먹어도 맛있어요!”

5일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즉석밥 ‘햇반’의 미국 이름인 ‘비비고 스티키 라이스(bibigo Sticky Rice)’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나오는 영상 중 하나다. 세계 각국에서 자기 나라 방식으로 즉석밥을 요리해서 먹는 영상 100여 개가 금세 뜬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 즉석밥을 “코스트코에서 발견한 놀라운 아이템”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여기엔 구운 코코넛을 얹어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연어 샐러드에 넣어도 맛있다”고 했다.

미국의 한 월마트 매장에서 현지 소비자가 비비고 즉석밥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CJ제일제당은 해외에서 햇반을 ‘비비고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국 한 마트를 찾은 고객이 대상 종가 포장 김치를 구매하는 모습. /CJ제일제당·대상

최근 1~2년 사이 해외에서 대세로 떠오른 K푸드다. 최근엔 그중에서도 김치나 즉석밥 같은 ‘K간편식’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 방송을 통해 한식의 일종으로만 알려졌던 햇반이 대표적이다. 현지 음식과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간편한 건강식’으로 조명받으면서 미국 수출이 부쩍 늘어나 작년 연 매출이 처음으로 9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팔린 햇반 네 개 중 한 개는 해외에서 팔렸다. 현지 음식과의 각종 독특하고 이색적인 조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인기는 더 커지는 추세다. 김치도 최근엔 ‘K반찬’을 넘어 현지식 샐러드나 샌드위치 재료로 널리 쓰인 덕에 지난해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출 실적을 갈아치웠다.

◇“빵보다 건강한 탄수화물”…햇반 매출 1조원 육박

북미에서 K즉석밥은 이제 ‘빵보다 건강한 탄수화물’로 통한다.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따뜻한 밥이 완성되는 데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루텐 함량이 높은 빵류나 짠맛이 강한 볶음밥을 주로 먹던 미국인이 흰 쌀밥을 다이어트 혹은 식단 조절할 때 먹어도 좋은 탄수화물로 인식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실제로 5일 인스타그램에서 ‘즉석밥’을 검색하면 샐러드 위에 즉석밥을 얹은 사진 등을 약 3만장 볼 수 있다.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선 특히 햇반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공유된다. 한 틱톡 영상에선 조리한 햇반을 얇게 편 뒤 야채를 넣고 롤처럼 말아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샐러드 롤”이라고 소개했다. 밥을 얼음물에 시리얼이나 포리지(porridge)처럼 먹거나 아보카도 등을 얹어 ‘비건 덮밥’처럼 먹는 조리법도 인기다.

그래픽=이진영

5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즉석밥 햇반의 작년 매출액은 9146억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9000억원대를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썼다. 매출의 24%(2231억원)가 해외에서 나왔고, 해외 매출의 84%(1884억원)는 북미, 특히 미국에서 발생했다. 북미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덕에 햇반 수출액은 2021년 988억원에서 지난해 2231억원이 돼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전미 코스트코, 월마트 등을 통해 햇반이 유통되면서 미국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 덕에 수출 실적도 도약했다”고 했다. 햇반은 미국 외에도 호주·멕시코·캐나다·중국 등 40국에서 판매된다.

◇“김치, 미국선 반찬 넘어 만능 식재료”

김치는 이제 해외에선 ‘반찬’의 영역을 넘어서는 ‘만능 식재료’로 진화하고 있다. 밥은 물론이고, 샌드위치· 햄버거·샐러드에도 추가해서 먹기 좋은 간편 건강 식재료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김치를 피자에 올려 먹으면 맛있다” “마요네즈와 샌드위치에 넣으면 환상적” 같은 리뷰가 적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김치가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널리 알려지며 북미를 중심으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도 인기에 영향을 끼쳤다.

현지인 입맛에 맞춘 새로운 김치도 계속 나오는 추세다. 김치 수출 1위 기업 대상은 미국과 유럽에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채소인 양배추, 케일, 당근 등을 활용해서 만든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덜 매운 ‘마일드 김치’, 해조류와 함께 샐러드처럼 즐길 수 있는 ‘해초 샐러드 김치’도 내놨다.

이처럼 북미를 중심으로 김치 소비가 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총 김치 수출액은 1억6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21년(1억6000만달러)을 3년 만에 넘어섰다. 특히 작년 미국의 김치 수출액은 655억원으로 2021년(323억원)의 2배를 넘겼다. 1위인 일본 수출액(735억원)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김치 수출액은 일본에선 전년 대비 12.1% 줄어든 반면, 미국에선 20%, 네덜란드에서는 29.9% 늘어나는 추세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신규 김치 시장의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