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출시된 ‘팔도비빔면’의 당 함량을 제로로 낮춘 ‘팔도비빔면 제로슈거’가 이달부터 판매된다. 팔도는 “국내 비빔라면 최초로 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맛을 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당류 표시 기준’을 충족했다”고 9일 밝혔다.
국내 식품 업계가 이미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아 온 이른바 ‘스테디 셀러’까지 당 함량을 낮춰 재출시하며 ‘제로 슈가’ 제품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저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당 함량을 낮추는 것이 내수와 수출을 모두 공략하는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가 저당 제품을 늘리는 것은 국내와 해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전략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당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젊은 당뇨 인구가 늘어나면서 저당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고령화로 점점 커지고 있는 시니어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제로 슈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 수출 전략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무설탕 식품 및 음료 시장 규모는 연평균 3.98% 성장해 2030년 24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몽골 등에서는 설탕이 들어간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논의도 진행되고 있어 저당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각 사 대표 제품은 뒤에 ‘제로’를 붙여 재출시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월드콘 바닐라’와 ‘티코 밀크초코’에 설탕 대신 대체당을 넣은 ‘월드콘 바닐라 저당’과 ‘티코 밀크초코 저당’ 2종을 출시했다. 당 함량을 최대 85.7% 줄였다는 설명이다. SPC삼립은 1971년 출시된 삼립호빵의 당 함량을 0.9g(호빵 1개 기준)으로 일반 제품 대비 90% 이상 줄여 ‘저당 단팥호빵’으로 출시했다. 빙그레는 최근 설탕을 넣지 않은 ‘바나나맛우유 무가당’과 ‘요플레 제로’를 선보였다. 동서식품은 설탕과 물엿 대신 대체 감미료를 사용해 당 함량을 낮춘 ‘맥심 모카골드 제로슈거 커피믹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제품도 당 함량을 낮춰 출시하면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