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30연대로 입소하는 장병들은 삼성그룹 계열 급식 전문 업체 삼성웰스토리가 만드는 식사를 먹게 된다. 기존에는 취사병이 식재료를 받아 조리와 배식, 뒷정리까지 도맡았다면, 앞으로는 삼성웰스토리 소속 전문 조리원이 전 과정을 맡는다. 삼성웰스토리는 매달 장병들의 선호 메뉴 등을 조사해 식단표에 반영하기로 했다.
10일 국방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최근 30연대 병영식당 급식 민간 위탁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국방부는 앞으로 민간에 급식을 맡기는 부대를 계속 늘린다는 방침이다. 올해 전국 23개 부대의 급식을 민간에 위탁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민간이 식사를 제공하는 부대가 기존 26개에서 49곳으로 늘어나면 전체 군 인원의 약 15% 수준이 된다. 전군으로 민간 급식이 확대되면 총 인원 38만6000명, 금액으로는 2조원의 신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과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포화 상태인 국내 급식 시장에서 군대는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블루 오션’으로 꼽힌다. 특히 작년부터 대기업도 군 급식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등은 ‘군인 입맛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육군훈련소 30연대 입찰에는 대기업을 포함해 9개 급식 업체가 참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업계 관계자는 “군 급식은 1인당 단가가 기업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일정한 급식 인원이 보장되고,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50년 역사’ 취사병 사라지나
군은 1971년부터 50여 년간 식자재를 외부에서 받아 장병들이 조리하는 방식으로 급식을 운영했다. 그러나 한정된 식재료로 식단을 구성해야 해 제약이 많고 전체 인원에 비해 조리병은 부족해 인력 부담이 컸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격리 중인 일부 병사들에게 부실한 급식이 제공된 것이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2022년 민간 기업에 장병 급식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취사병이 두세 가지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던 방식에서 학교나 직장 급식과 비슷한 형태로 바뀐 것이다. 식단도 기업들이 장병들의 선호나 유행을 반영해 미리 짜고, 배식을 뷔페식으로 하는 곳도 생겼다. 현재 복수의 부대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부대 상황에 따라 취사병이 조리에 참여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부대에선 기업 소속의 전문 조리원이 취사 전 과정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군인 입맛 잡아라
군 급식은 1인당 단가가 1일 3식 기준 1만3000원 안팎이다. 단가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주 7일 삼시 세끼가 일정 인원에게 고정적으로 배급되는 군 특성상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 대규모 인원이 확보돼 업계 내에서 ‘몸집 부풀리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기회로 꼽힌다. 현재 군 급식 내 점유율 1위는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푸드앤컬처로 육군부사관학교를 시작으로 육·해·공·해병대 전 채널에서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10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라고 밝혔다.
민간 급식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장병들의 식단도 달라지고 있다. 젊은 장병들의 입맛에 맞춰 회오리 감자, 포케(샐러드 볼)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이나 수제 버거, 족발 브랜드와 협업한 메뉴를 제공하는 식이다. 자기 관리에 관심이 많고 신체 활동이 많은 장병들을 위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메뉴도 이전보다 많아졌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과 프로야구, K리그 구단 등에서 전문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한 경험을 군대로 가져와 열량 소모량이 높은 장병들을 위한 스키야키, 불고기쌈밥 등 고단백 메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워홈은 젊은 세대 군 장병을 겨냥한 메뉴 개발을 위해 장교나 병사로 전역한 신입 사원들로 구성된 별도 팀을 꾸렸다. 이 팀에선 로제 파스타, 토마호크 스테이크 등 유행을 반영한 식단과 푸드트럭, 셰프 초청 등 이벤트를 제안해 지난해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병사 식당 운영권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