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조 바이든(78)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 슬로건이 다음 달 3일(이하 현지 시각) 미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CNN과 NBC, 폭스뉴스, 로이터 등이 각각 진행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10~15%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 바이든의 당선 전망이 커지면서 그의 경제 정책, 이른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Mint가 국내외 경제·금융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바이드노믹스의 내용과 앞으로의 영향에 대해 정리했다.

◇ 막대한 돈 풀면 호재, 그러나 세금도 늘어난다

바이든의 핵심 경제 공약은 공공 투자와 증세(增稅)다. 우선 침체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양의 재정을 투입할 전망이다. 이 부분은 일단 증시에 호재다. 지난달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펜와튼예산모델’ 분석 결과, 바이든이 지금까지 약속한 신규 지출은 향후 10년간 총 5조4000억달러(약 6247조원)에 달한다. 특히 평균 43년 된 교량 등 미국의 낙후한 각종 기반 시설을 개선하는 데 수천조원을 쏟아붓는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 대선 승리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면서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이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뉴알렉산드리아에서 연설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은 경제 회복을 위한 자신의 정책 방향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정부 주도의 경제 부양책으로 미국 경제가 살아났듯,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침체한 경제를 막대한 재정 투입을 통해 재건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대대적 감세 정책을 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강력한 증세로 재정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현재 최고 세율 21%인 법인세율을 28%로 높이고, 소득세율도 현재 최고 37%에서 2017년 인하 이전 수준인 39.6%로 되돌린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달 초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책은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재정 적자만 키웠다”며 “바이든은 늘어난 세금을 더 큰 이익을 낼 지출 프로그램에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여러 연구 지표를 인용하며 “바이든의 공약대로 세금을 늘리면 기업 이익은 최대 12%, 상위 1%의 고소득자 소득의 14% 줄어든다"며 “부자 입장에서 짜증나는 일이지만, 대재앙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세금을 많이 걷더라도 천문학적 재원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패트릭 크누센 헤리티지 재단 방문 연구원은 “바이든은 무모한 새 지출 계획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연방 정부의 적자·부채 등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승리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 시 S&P500 상장 기업의 예상 수익은 9.2%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풀었던 금융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주주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Mint 인터뷰에서 “법인세율 인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지만 경기·기업 실적이 회복하면서 증시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차 토론을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빅테크 주춤, 무역 확대엔 청신호

바이든은 앞으로 4년간 기후변화 관련 산업 및 재생 에너지 확산에 2조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원 의원 시절인 2007년 대기오염 물질 감축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환경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친환경 산업에 대대적 투자를 예고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부문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 기후변화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 윌더힐 클린 에너지’,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 등은 지난달 초와 비교해 30% 넘게 상승했다.

석유·가스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는 직격탄을 맞는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며 자국 석유 산업을 보호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재생에너지 확산에 속도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고공 행진 중인 ‘빅테크’ 기업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反)독점소위원회는 지난 6일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의 독과점을 제한하고 기업을 강제 분할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주당이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바이든이 민주당 텃밭인 실리콘밸리를 향해 강력한 칼을 빼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여러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IT 기업들도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선 바이든이 대중(對中) 무역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캠프 선임 고문인 커트 캠벨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도 트럼프가 중국의 약탈적 관행을 진단한 것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당선돼도 현재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서 다소 벗어나 동맹국 중심의 다자 무역을 강화할 가능성은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에드워드 알덴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을 인용해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불필요한 무역 갈등을 일으켰다는 점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향후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등에 부과했던 알루미늄·철강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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