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인플레가 오는데 현금만 갖고 있으면 벼락거지 된다고 해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시퍼렇게 물든 계좌를 보니까 속상하네요. 주식을 몰랐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40대 주부 이모씨)

1월 효과(새해 주가 상승 심리로 1월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손해만 더 커진 1000만 개인 투자자들이 아우성이다.

1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09% 내린 2890.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900선이 깨진 건 지난해 12월 1일(2899.72) 이후 처음이다. 중소형주가 모여 있는 코스닥지수는 더 처참하다. 17일 종가는 전날보다 1.39% 하락해 957.9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3일(953.4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개인들이 많이 산 종목일수록 주가가 더 많이 빠져 체감 손실률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상위 종목 탑5 중 4개가 성장주였다. 1위는 카카오(약 1조원)였는데, 17일까지 카카오 주가 하락률은 17.4%에 달한다. 개인 순매수 2위인 네이버도 같은 기간 9.2% 하락했다. 이후 개인 순매수 3위는 삼성전자였고 4위 카카오뱅크, 5위 크래프톤이었다.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2900선 밑으로 내려간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1.82포인트(1.09%) 내린 2890.10에 장을 마쳤다./연합뉴스

증권가에선 이날 코스피 하락에 대해 부진해진 미국과 중국의 소매 판매가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그런 이유라면 이날 일본(0.74%), 중국(0.58%), 대만(0.66%)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왜 다 올랐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만의 악재를 찾아야 한다.

최경진 한화투자증권 PB는 “북한이 올해만 벌써 미사일을 네 번이나 쐈고 지난 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추가 인상 시사에 대한 시장 평가가 그리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라며 “여기에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18~19일)으로 시중 자금이 전부 쏠리는 등 수급 상황도 썩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분식회계 의혹으로 주가가 급락 중인 셀트리온 쇼크도 투심을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최 PB는 덧붙였다.

어쩔 수 없는 한국 증시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한국 증시 평균 수익률은 매우 극단적인 분포를 보인다”고 말한다.

위 그래프는 홍 대표가 1981년부터 2021년까지 코스피 연 수익률이 몇 퍼센트 수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지 분석한 것이다. 슬쩍만 봐도 평균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면 -10~0%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10년 중 4~5년은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한국 증시는 널뛰기를 하는 걸까. 홍 대표는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한국 경제가 수출 위주여서 글로벌 경제에 따라 수출 변동이 생기고, 그러면 기업 실적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한국의 기업 문화와 주식시장 풍토다.

홍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시장의 배당 수익률은 1.7% 수준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한국처럼 배당 수익률이 낮으면 투자자들이 기업에 장기간 투자해봤자 손에 쥐는 이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수퍼개미조차도 주가 급등락을 견디기 힘든데, 일반 개미는 어떠하겠는가. 장기 투자를 한다고 해도 연 1% 안팎인 배당 수익률을 버팀목으로 삼아 버티기 어렵다.

홍 대표의 조언처럼, 한국 주식에 100% 투자하기 보다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자산(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손실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일 것이다. 주식으로 수십억 자산을 일군 투자 고수 A씨는 “2023년부터는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되는데(금융투자소득세) 이렇게 되면 한국 주식만의 메리트가 사라지게 된다”면서 “2023년부터는 해외주식 머니무브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