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PIF는 5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아부다비에서 자동차 경주 대회를 구경하고 있는 살만 왕세자./조선DB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고가에 사주는데, 그러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잖아요. 새로운 투자처로 넥슨을 점찍은 것 같습니다.”(판교 게임업계 관계자)

4일 판교 게임업계에선 사우디 왕세자의 1조 베팅 뉴스가 하루 종일 화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가 일본 증시에 상장해 있는 넥슨 주식을 8억8300만달러(약 1조587억원)어치 매입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중동의 오일머니가 한국 게임업체에 1조원을 베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는 일본 증시에서 한국 게임회사인 넥슨 지분 5.02%를 사들이고 4대 주주에 올라섰다. 넥슨 지분 매입은 단순투자 목적이며, 지분 매수는 지난 1월 25~31일 장내에서 이뤄졌다. 넥슨과는 사전 협의 없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PIF의 1조 베팅 소식에 이날 일본 증시에서 넥슨 주가는 전날보다 3.34% 올라 2323엔에 마감했다. 넥슨 시가총액은 약 2조900억엔(약 22조원)에 달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PIF는 약 50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년간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 왔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지금까지 미국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투자해 현재 3790만주 가량 보유하고 있다. 지난 달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평가 손실인 상태였다.

넥슨은 지난 달 '어벤져스'를 연출한 루소 형제와 마이크 라로카 프로듀서가 설립한 AGBO 스튜디오에 4억달러(약 4700억원)를 투자해 지분 38%를 확보했다. 최대 주주인 AGBO 경영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PIF는 넥슨뿐만 아니라, 일본 게임 개발사인 캡콤(Capcom)의 지분(5.05%)도 3억3200만달러에 사들였다. 캡콤은 스트리트파이터(Street Fighter)와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 등을 만든 게임사다. 캡콤 역시 PIF 투자 호재로 이날 일본 증시에서 3% 상승해 2844엔에 마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게임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끄는 PIF는 지난 달 새비 게이밍 그룹(Savvy Gaming Group)을 새롭게 출범시켰는데, 전세계 게임 산업의 중심이 되겠다는 목적에서 게임 관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 왕세자의 넥슨 1조 베팅 뉴스에 이날 한국 증시에서 넥슨의 게임 자회사들 주가도 크게 올랐다. 넷게임즈가 6.3% 올라 1만7750원에 마감했고, 넥슨지티도 6%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