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2019년 3월 해킹을 당해 이더리움 등 가상 화폐를 잃었다. 다행히 회사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가상 화폐라 고객들의 피해는 없었지만, 2018년 6월에 비슷한 사고를 겪은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다시 보안 사고를 겪은 것이다. 빗썸은 2017년 6월에도 직원 컴퓨터가 해킹당해 3만1000여 건의 개인 정보를 탈취당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도 2019년 11월 고객들이 맡긴 이더리움 580억원어치를 해킹당해 모두 회삿돈으로 물어줬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증권사보다 훨씬 많은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거래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4곳에서 최근 3년(2019~2021년) 동안 발생한 거래 장애, 사고 건수는 총 98건이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 등 증권사 4곳에서 발생한 장애·사고(35건)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보안 사고 예방을 위해 투자할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상 화폐 거래소 4곳의 거래 수수료율(거래 금액 1000만원 기준)은 평균 0.16%로 증권사(0.012%)의 거의 13배 수준이었다. 특히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2조24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증권업계 순익 1·2위인 한국투자증권(1조4502억원)과 미래에셋증권(1조1834억원)을 큰 차이로 따돌렸을 뿐 아니라 4대 은행인 우리은행(2조3851억원)과 비슷한 실적을 올린 것이다.

◇잦은 거래 장애에도 높은 수수료

가상 화폐 거래소별로 보면 코인원의 거래 장애, 사고가 최근 3년간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업비트(32건), 빗썸(17건), 코빗(10건) 순이었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장애·사고 건수는 미래에셋증권 5건, 한국투자증권 6건, 삼성증권 12건, 키움증권 12건이었다.

가상 화폐 사고는 시세가 급격하게 변동할 때 투자자들의 거래가 몰리면서 거래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지만, 해킹 등 보안 사고도 2건 포함돼 있다. 그나마 가상 화폐 거래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규정한 법·제도가 없기 때문에 2019년 이전의 거래 장애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이 거래할 때 내는 수수료는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증권사보다 서너 배 이상 많이 받는다. 업계 1위인 업비트는 수수료율이 0.05%로 다른 가상 화폐 거래소들보다 낮지만,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0.014%)의 3.5배 수준이다. 최근 증권사의 경우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내는 수수료율 0.004% 정도만 부담하면 되는 경우도 많다. 해외 주요 가상 화폐 거래소보다도 수수료율이 높은 편이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4곳의 평균 수수료율(0.16%)은 바이낸스(0.065%)나 FTX(0.033%)보다 훨씬 높다.

◇관련 법령 미비에 투자자 보호 등 강제 못 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익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자가 불충분한 것은 관련 법률과 제도의 미비와도 관련 있다. 가상 화폐 관련 법률인 ‘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자금 세탁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거래 장애나 사고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거래소들의 수수료 부과 기준과 방식에 대한 공시 의무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고자 ‘가상자산업’에 대한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계류 중이라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가상 화폐 거래소들과 달리 주식을 다루는 국내 증권사들은 거래 장애·사고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있으며, 전자금융거래법이 정하는 투자자 보호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라서 수수료 부과 기준과 절차 등을 공시하고 있다. 유경준 의원은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은 낮추면서 거래 장애 등에 대해서는 가상 화폐 거래소가 명확하게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도 가상 화폐에 대한 과세만 서두를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 시스템 마련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