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이하 차이나전기차 ETF)’는 지난해 ‘국민 ETF’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F를 2조4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가 2위인 ‘TIGER 미국 테크 TOP10 INDXX(8100억원)’의 거의 세 배 수준이다. 올 들어서도 KODEX 레버리지(7900억원)에 이어 순매수 2위(6500억원)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중간에 위기도 있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 내 주요 도시 봉쇄 등으로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이 ETF 가격이 30.8%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5월 이후로는 봉쇄 해제와 전기차 판매량 회복 등에 힘입어 가격이 22.5%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차이나전기차 ETF의 5월 이후 수익률(22.5%)은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ETF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좋은 성적이다. 1위는 ‘KBSTAR 미국 S&P 원유생산기업(26.7%)’이었고, 2위는 차이나전기차와 투자 대상이 겹치는 ‘KODEX 차이나 2차전지 MSCI(23.1%)’였다.

◇빠르게 회복하는 중국 전기차 ETF

전기차나 배터리에 투자하는 ETF들이 모두 5월 이후 수익률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차이나전기차 ETF처럼 중국 업체에만 투자하는 상품이 특히 강세다. 예컨대 중국뿐 아니라 미국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기업에 함께 투자하는 ‘KINDEX G2 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는 5월 이후 수익률이 7%에 불과하다. 전 세계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글로벌자율주행&전기차SOLACTIVE’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1.2%에 그쳤다.

오민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ETF 운용본부장은 “약 두 달 동안 진행된 상하이 봉쇄로 전기차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두 달 동안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었다”며 “6월 1일부터 상하이 봉쇄가 해제된 것이 가장 큰 호재로 작용했고, 5월 전기차 판매량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등 시장 기대감이 개선된 것도 반등의 동력이 됐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 본부장은 “중국의 신에너지차 보급률이 2.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잠재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며 “지난해처럼 월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씩 증가할 수는 없겠지만 판매량 증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멀티전략본부 책임은 “중국 정부가 2022년 만료 예정이던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을 연장하는 등 전기차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기존에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해외 수출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중국 지방정부가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는 계획 등을 내놓은 점도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는 호재”라고 했다.

◇테슬라 경쟁자이자 파트너인 BYD도 ‘상승세’

올 들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미국 전기차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만드는 BYD(비야디) 주가는 올 들어 22.1% 상승했다. 테슬라 주가가 31.3%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니오(-35.7%), 리오토(-3.7%), 샤오펑(-43.8%) 등 다른 중국 전기차 기업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하락하기는 했지만, 리비안(-71.3%)이나 루시드(-48.5%) 등 미국 전기차 업체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BYD는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다른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테슬라에 납품을 시작하면 배터리 사업부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BYD가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경쟁자이지만, 배터리 시장에서는 ‘파트너’가 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BYD는 공장이 상하이에 없어서 봉쇄 조치 등의 영향을 피할 수 있었다”며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월 자동차 판매량을 분석하였을 때 BYD의 완성차 판매량 증가율이 다른 회사보다 단연 돋보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