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 수익률이 개인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 중에서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의 수익률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2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5%로 외국인(-12.3%)이나 개인 투자자(-15.6%)보다 높았다.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의 평균 매수가와 28일 종가를 비교해 수익률을 추정한 것이다. 기관은 KT 투자에서 수익을 내면서 그나마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지만, 개인 투자자는 반도체와 IT 기술주 저가 매수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KT에서 번 기관, 삼전에서 잃은 개미
올해 상반기에 기관은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2종목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관이 플러스를 낸 종목은 배터리 기업인 삼성 SDI(수익률 0.4%)와 KT(11.1%)였다. 통신주는 ‘경기 방어주’ 성격이 있어서 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 선호되는 종목인데, KT는 “본업인 통신사업과 (케이뱅크·BC카드 등) 비통신사업의 성과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은 현대글로비스(4.4%)에 대한 투자에서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해갔다. 반면 개인은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전부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과 외국인이 손해를 본 종목은 주로 금융주였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에 금융지주 주식을 많이 순매수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순이자마진(NIM)이 빠르게 늘어나 금융지주의 실적이 더 좋아지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은행이 지나치게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이어지면서 금융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를 했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외국인 순매수 1위인 우리금융지주(-14%)를 비롯해 4위 KB금융(-15.7%)과 5위 하나금융지주(-12.9%) 등의 수익률이 모두 저조했다. 기관은 순매수 3위인 신한지주(-3.2%)와 5위 JB금융지주(-13.9%)에서 손해를 봤다.
개인은 삼성전자(-13.2%)를 비롯해 네이버(-17.8%), 카카오(-21.7%) 등에 투자했다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들 반도체·인터넷 플랫폼 기업 주식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그동안 개인들이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 특히 올 들어 이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지금 사면 반등할 때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저가 매수세까지 합세했지만, 증시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개인들이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서학개미 낮은 수익률… 순매수 행진 멈출까?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수익률은 -32.6%로 동학개미보다 훨씬 낮았다. 순매수 1위 테슬라 투자 수익률이 -19.3%로 저조했고, 4위 엔비디아(-31.5%)와 5위 애플(-15%)의 수익률도 삼성전자 투자 수익률(-13.2%)보다 낮다.
서학개미의 손실을 더 키운 것이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나스닥 100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의 추정 수익률은 -43.6%다.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언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53.2%)는 투자 원금이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서학개미의 월간 순매수 금액도 많이 줄어들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서학개미는 해외 증시에서 6억5833만달러(약 8600억원)를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는 지난 2월 해외주식을 30억5692만달러어치 순매수하는 등 ‘약세장’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었다. 6월 순매수 규모는 올 들어 월간 단위로 순매수액이 가장 적었던 지난 3월(18억1082만달러)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는 2019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33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는데,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서학개미의 투자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