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민주로 불렸던 한국전력(한전)과 포스코홀딩스(포스코)의 주주 구성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크게 고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주주에 비해 60대 이상 주주가 훨씬 많은 것이다. 반면 카카오나 네이버 등 IT 기술주들은 20·30대 주주 비율이 높았다.
12일 주주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하나은행·KB국민은행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주 가운데 60대 이상 주주 비율이 20·30대보다 높은 기업은 한전과 포스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KB금융 등 4곳이었다. 3월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30위 종목 가운데 주주의 연령대별 통계가 있는 18곳을 분석한 결과다.
한전과 포스코, KB금융을 묶는 키워드는 ‘공기업’이다. 한전은 여전히 정부(산업은행 포함)가 최대 주주인 공기업이고, 포스코와 KB금융은 공기업으로 출발했다가 민영화됐다. 또 세 기업 모두 주가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경기방어주’에 속한다. 이런 특징들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젊은 투자자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바는 주가가 80만원을 넘을 정도로 비싸서 20·30대가 쉽게 투자하기 힘든 종목으로 꼽힌다.
◇고령주로 변신한 1980년대 국민주
한전과 포스코는 1990년대에 삼성전자보다 기업 가치가 컸던 국내 시가총액 1·2위 종목으로 ‘국민주’ 대접을 받았다. 정부는 1980년대 후반에 보유하고 있던 한전과 포스코 지분을 ‘국민주 제도’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매각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10~20년 동안 주가가 정체되어 있는 상태다. 12일 한전 주가는 2만2100원으로 10년 전 같은 날에 비해 12.8% 떨어졌다. 포스코 주가도 22만3000원으로 10년 전보다 39.5% 하락했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주들에게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젊은 주주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전과 포스코는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매매 차익을 기대하는 젊은 주주들에게는 인기 있는 종목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국민주 제도를 통해 주식을 확보한 분들 중에는 주가가 정체돼 ‘비자발적 장기 투자’를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전은 60대 이상 주주 비율이 43.8%로 20·30대 주주(19.8%)의 두 배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대형주는 40대 혹은 50대 주주가 가장 많은데, 한국전력은 70대 이상 주주(22.9%)와 60대 주주(21%)가 가장 많다. 포스코도 60대 이상 주주(32.5%)가 20~30대 주주(20.8%)보다 많다. 지난 3월 말 기준 주주 수가 546만6000여 명으로 최근 ‘국민주’로 불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20~30대 주주 비율이 37.8%로 60대 이상 주주(12.3%)의 세 배 수준이다.
◇주가 비싸도 2030 주주 적어
한 주 가격이 비싼 주식 역시 20~30대 주주 비율이 낮았다. 삼바는 12일 종가가 83만4000원으로 국내 증시에서 태광산업(89만4000원)에 이어 둘째로 비싼 주식이다. 삼바의 60대 이상 주주 비율은 26%로 20·30대 주주(22%)보다 더 높았다. 주가가 52만8000원인 삼성SDI나 51만4000원인 LG화학 등의 20·30대 주주 비율도 높지 않은 편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IT 기술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20·30대 주주 비율이 높았다. 카카오는 20·30대 주주 비율이 41.5%로 60대 이상 주주(11%)의 거의 4배 가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 주 가격이 비싼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게임 기업 크래프톤은 20~30대 주주 비율이 24.7%로 60대 이상(17.6%)보다 7.1%포인트 정도 높았다. 크래프톤은 현재 주가는 23만7000원이지만 한때 56만7000원까지 올랐었다.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게임사지만 한 주 가격이 비싼 편이라 젊은 주주들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