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해주겠지.” “이게 죄야? 가족인데 어때.” “이런 게 가족 아니겠니.”
‘가족 빨대’. 어려서부터 돈을 벌어 경제력이 없는 부모 등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10대 등 젊은 나이부터 큰 돈을 번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에게 해당된다. 방송인 박수홍이 가족과 재산 관련 법적 공방에 휘말리자 ‘가족 빨대 당하지 않는 법’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자수성가한 청년층도 ‘가족 빨대’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잖다. 부모는 “내가 너를 낳았는데”라며 경제적인 지원을 요구하거나 당연시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런 갈등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에게 해답을 물었다.
1️⃣‘결혼을 왜 하니’ 묻는다면, 의심하라
‘내통장 사용설명서 3.0’의 저자 이천씨는 “재무 상담을 하다 보면 집안의 모든 문제를 책임지는 ‘효녀 심청이’를 제법 만나게 된다”면서 “이들 가정의 공통점은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극도로 꺼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본인들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자녀가 가정을 꾸리는 걸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천씨는 “효녀와 효자 가족의 재무 상담을 하다 보면 인간의 민낯을 보게 된다”면서 “자녀가 아무리 돕는다고 해도 부모는 이를 고마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효녀 심청이도 자신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만큼,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겠지만 가족과 단절하고 자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있다면 완전히 단절하긴 어려울 테고, 상식적인 선에서 적절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차피 얼마를 기준으로 하든, 상대편은 서운할 수밖에 없어요.”
2️⃣부모에게 말하라 “내 통장 보겠다”
일정이 바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은 가족에게 돈을 덜컥 맡기는 경우가 많다. 박승안 우리은행 TCE강남센터장은 “스타들의 자산관리 갈등은 결혼을 전후로 표면화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혼 이후에 배우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당사자도 뒤늦게 인지하면서 가족끼리 부딪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부모님이 본인이 번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면 ‘보여주세요’라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면서 “예금에 가입했다고 하면 본인 명의로 한 것인지 확인하고, 건물을 샀다고 하면 등기부등본을 보여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하나하나 확인하는 절차만 거쳐도 부모 등 재산 관리인이 긴장하며 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에게 일임하라고 해도 스타 본인이 아니라 부모가 대리인으로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는 결정권을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전문가 조언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아요.”
3️⃣돈에는 이름표가 없다
‘걸어다니는 1인 기업’인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재테크는 전통적인 가족 관념과 얽히면서 균열이 생긴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전근대적인 가족 관계에서는 돈에 이름표가 없어서 아들돈이나 딸돈이나 모두 가족돈이었다”면서 “가정 내 재산 범죄에 대한 구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짝 수입이 생기니 제대로 관리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굴레를 씌워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이를 로또 당첨에 빗대어 설명했다. “목돈을 만져본 적도 없고 금융 교육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면 큰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흥청망청하다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집안에 큰돈을 버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나타나면 마치 로또에 당첨한 것과 같은 반응이 나타나게 되지요.”
김종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장은 “기업은 재무팀장이 관리해주니 문제가 없지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경우 ‘재산 관리인’을 따로 두면 꼭 문제가 생긴다”면서 “이건 금융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산 관리는 본인이 직접 전문 센터에서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은 사실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게 많다. 지난 2014년 8월 30일 방송된 MBN ‘동치미’에서 박수홍이 패널로 출연한 배우 엄앵란과 나눈 대화가 다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다.
당시 엄앵란은 박수홍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여자 연예인들은 잘 모르니까 어릴 때부터 큰 돈을 부모님에게 맡기는데, 나중에 시집갈 때 부모와 자식 간에 의가 상할 만큼 큰 싸움이 난다. 통장에 돈이 자동으로 들어오는데 왜 남에게 맡기느냐, 성인이 됐으면 경제적으로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