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돼 거래량은 급감했고, 아파트는 직전 최고가 대비 20~30% 가량 떨어진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연내 대출 금리가 8%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일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전망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조차 향후 수년 간 주택시장 침체를 확실시 하는 분위기다.

최경천(이하 잭파시)씨는 직장을 다니던 2012년쯤 부업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금이 부족했던 그는 경매·갭투자 등 소액 투자에 집중했고, 현재는 부동산 50채를 가진 전문 투자자가 됐다. 지난 4월에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나는 대출 없이 0원으로 소형 아파트를 산다’라는 책도 냈다. 잭파시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동산을 전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끝 모를 하락장, 지난 7일 잭파시를 만나 직접 물었다. “내 집 마련은 언제 해야 될까요?”

최경천(잭파시)씨가 지난 4월 출간된 자신의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끝 모를 하락장,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타이밍은?

집값 하락, 거래량 감소 등 매도자의 악재는 매수자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다주택자들은 시세 대비 수억원씩 낮은 가격에 집을 팔려고 하지만 거래량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 매수자가 나타나면 너도나도 손 들고 환영하는, 말 그대로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1주택자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수를 고민 중이라면 언제쯤 사면 좋을까요?

“서울·경기권을 보고 있다면 직전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진 매물은 사도 된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M2(광의통화·평균잔액)의 110%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5258조원, M2는 3700조원이에요. 아파트 시가총액이 M2의 145% 정도이기 때문에 35~40% 가량 떨어지면 적정 수준이 온 것이고, 그 이상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단지 모습./뉴스1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 않나요?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숫자 데이터가 가장 정확합니다. 또 하나의 근거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집값이 40% 이상 빠지면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규제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이 60% 정도 나옵니다. 10억원짜리 집을 자기 돈 4억원에 대출 6억원으로 살 수 있는 거죠. 이 경우, 시세에서 40% 가량 떨어졌다는 건 자기 돈 4억원을 잃은 거고, 더 떨어지면 은행의 대출금 환수가 어려워집니다. 가계가 무너지고,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상황을 정부가 방관하진 않을 거 같습니다.”

–집값이 반토막날 거라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튜브를 보면 ‘아직 폭락은 오지도 않았다’ ‘반토막이 눈앞’이라는 등 자극적인 메시지가 많은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400여 채에 불과해요. 주택 공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집값이 50% 이상 떨어지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 말이죠.”

–'40% 하락’을 최대치라고 보는 건가요?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봅니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집값 하락이 선행(先行)된 지역의 동향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근 시세 대비 30~40% 이하의 거래가 속출하고 있는 인천, 세종, 대전, 대구와 같은 도시들이 어디까지 빠지는지 보면, 하락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부동산 커뮤니티, 앱 등이 활성화 돼 하락장이 지난 번들에 비해 빨리 체감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주위의 말은 참고하시되, 데이터를 근거로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40% 하락’이 끝나면 가격도 다시 반등할까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해요. 지금은 집값 하락과 동시에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어요. 가격 상승은 거래량 증가가 동반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등 거래를 막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풀어줘야 해요. 집값이 40% 이상 떨어지면 실거주 목적으로 사도 된다는 말이지, 그때부터 오를지 말지는 정부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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