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업계에선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 이사’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증권사마다 “다른 증권사에 보유 중인 주식을 우리 쪽으로 옮기면(타사 대체입고) 현금을 드리겠다”며 대대적인 이벤트에 나서고 있다. 통신사 변경 혜택처럼 이용 중인 증권사를 바꾸면 혜택을 주겠단 것이다. 지원금은 옮긴 주식의 규모와 이후 거래 빈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게는 5000원, 많게는 200만원에 이른다. 타증권사의 ‘집토끼’를 빼앗아오기 위한 ‘당근’인 셈이다.
증권사마다 이런 경쟁에 뛰어든 것은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63조9000억원이었던 개인들의 코스피 거래 대금은 지난달 178조3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증시의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49조2000억원에서 55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개인들은 익숙해진 주거래 증권사의 모바일 앱만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현금 리워드 이벤트로 ‘갈아타기’를 유도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종종 이런 이벤트가 있었지만, 이번엔 혜택이 훨씬 크고 경쟁도 치열하다”고 했다.
◇주식 옮기기만 해도 몇 만원 ‘쏠쏠’
이전 금액이 커지고 이전 후 거래까지 하면 혜택이 커진다고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미끼’를 던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서학개미’를 겨냥해 다음 달 8일까지, 다른 증권사에 갖고 있는 미국 주식을 카카오증권으로 옮기면 1000만원당 2만원을 준다. 이후 주식 거래(매수+매도)까지 하면 누적 거래 금액에 따라 지원금이 최대 5배(한도 100만원)로 불어난다. 대신증권은 9월 8일까지 1000만원 이상 주식을 옮기면 1만원을 지급한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말까지 타사 국내·해외 주식을 이관할 경우 순입고액 구간별로 3000만원(현금 보상 5만원), 1억원(10만원), 3억원(15만원), 10억(50만원), 30억(100만원) 등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이후 주식 거래까지 하면 최대 1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도 자사 비대면 계좌로 1000만원 이상의 타사 국내 주식을 옮기면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특히 코스닥150 종목의 입고 금액은 2배로 인정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거액의 주식을 옮기고, 이벤트 기간 중 주거래 증권사로 활발하게 이용할 경우엔 혜택이 훨씬 커진다. 미래에셋증권은 9월 말까지 해외 주식 10억원 이상을 이관한 뒤 1억원 이상을 거래하면 현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단 연말까지 잔고를 유지해야 한다. 누적 거래 대금이 많아야 달성 가능한 조건이라, 장기 투자자보다는 평소 주식 거래 빈도가 높은 성향의 개인들에게 유리하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27일까지 국내·해외 주식을 자사로 옮기면 1억원당 3만원, 최대 60만원의 신세계모바일상품권을 증정한다. ETF(상장지수펀드) 입고 금액은 1.5배로 계산된다.
◇세부 요건 등 꼼꼼히 따져야
주식을 거래하던 증권사에서 다른 증권사로 옮기려면 기존에 이용 중인 증권사에 주식 출고(이관) 신청을 해야 한다. 대부분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으로 할 수 있지만, 일부 증권사는 영업점에서만 처리가 가능하다. 증권사의 입·출고 업무 처리 시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평일 낮 시간대에만 가능하다.
아울러 주식을 옮기게 되면 기존 증권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한 종목당 2000원의 수수료(우대고객은 면제)가 붙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기존 증권사에 물어야 되는 수수료가 현금 리워드보다 많아질 수 있어 유불리를 잘 따져야 한다.
이벤트 조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 주식 입고 후 한 달 정도 잔고를 유지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사전에 이벤트 참여를 신청해야 하는 곳도 있어 세부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내·해외 주식 모두가 대상일 때 NH투자증권은 국내·해외 주식을 합산해 순입고액을 계산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개별로 각각 현금을 지급하는 등 증권사마다 다른 방식의 혜택 계산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