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뉴스1

지난 1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1000원을 기록, 한 달 만에 ‘7만 전자(주가가 7만원대인 삼성전자)’가 됐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이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HBM은 고성능 AI 연산에 특화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AI용 GPU에는 필수적이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15일 7만2000원까지 오르면서 7만원대에 안착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6만9800원으로 내리며 도로 ‘6만 전자’가 됐고, 이후에도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다. 21일에는 전날보다 주가가 1% 넘게 내리면서 6만9000원 선도 내주고 말았다.

그래픽=김하경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6150억원어치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외국인이 6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9월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삼성전자였다. 외국인 순매수 2위 종목인 네이버의 순매수 규모가 1290억원임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세가 유독 강했던 셈이다. 왜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3분기 전망 악화에 도로 ‘6만 전자’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건 3분기(7~9월) 실적이 예상을 밑돌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8조1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3분기 대비 11%가량 하락할 것이란 얘기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3분기 대비 75% 줄어든 2조6473억원, 당기순이익은 67% 줄어든 3조44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김하경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최근 들어 계속 하향 추세라는 것도 걱정거리다. 6개월 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조7592억원이었는데, 3개월 전엔 3조6964억원으로 줄더니 한 달 전엔 2조9666억원까지 줄었다. 현대차증권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4조2100억원 수준에서 2조원으로 대폭 낮춘 것을 비롯해 한화증권(1조9500억원), KB증권(1조8000억원), 키움증권(1조3940억) 등은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미한 메모리 반도체 감산(減産) 효과 등으로 3분기까지는 반도체 부문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국인 삼성전자 매수세, 왜?

그런데도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로 꼽히는 건 4분기부터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조3000억원어치 순매도한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좀 더 멀리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4분기부터 글로벌 D램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7.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여전히 ‘9만 전자’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증권·BNK투자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7000원으로 제시한 것을 빼면 대부분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다. 한화증권과 KB증권은 목표주가를 각각 9만4000원과 9만5000원으로 내놓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D램과 낸드(NAND) 감산 규모를 2분기 대비 15~25%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연말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2분기 대비 50% 이상 감소해 재고 건전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이 내년 상반기 이후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IT 소비 위축과 메모리 수요 회복 지연으로 올해 하반기 메모리 업계 전반의 영업실적 개선 폭은 기대를 다소 밑돌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 경제 상황이 보다 급격한 침체 국면에 진입한다면, 반도체 업황 개선 예상 시기가 2024년 상반기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