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0.35포인트(0.39%) 내린 2,657.35, 코스닥은 전장보다 0.51포인트(0.06%) 오른 869.08로 개장했다. /연합뉴스

26일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이 공개된 가운데, 그간 수혜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던 자동차, 금융업종 주가가 크게 빠지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 압박 수위가 낮자 실망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도세를 보이면서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6%(16.46포인트) 하락한 2650.29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장이 열리자 그간 ‘저PBR 수혜주’로 꼽혔던 대부분 종목에 ‘파란불’이 떴다. 기아는 3.6% 하락한 11만4100원에 거래되고 있고, 현대차도 -3.3%로 내림세다.

주주환원 확대 기대로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던 금융 업종도 이날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줄줄이 마이너스를 찍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8.9% 하락 중이고 KB금융(-7.3%), 신한지주(-7.3%), 우리금융지주(-3.6%) 등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키움증권(-6.6%), 삼성생명(-7%), 교보증권 (-3%) 등 보험·증권주도 약세다.

이는 이날 오전 공개된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당초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부안에는 그간 전문가들과 기업이 요구했던 상법 개정(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이익’ 포함)이나 우수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같은 핵심 내용이 빠졌다.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 방안이 담기기는 했지만 다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하게 하는 한편,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과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혜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기대했던 대책들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말 그대로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실제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저PBR개선을 위한 강제성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세부안에는 분기별로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연 1회 알린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저PBR 개선안 마련 여부를 ‘매월’ 공시한다거나 증시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고 상장사들을 강하게 압박한 것에 비하면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증권가에선 당분간 실망 매물로 인한 저PBR주 조정 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정책)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를 확인하게 된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저PBR주들이 쉬어가거나 차익매물에 휘청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금융과 자동차주의 배당락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종목의 최근 상승세는 작년 결산과 올해 1분기 배당을 ‘더블’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는데 배당 기준일이 오는 29일이다. 배당락 이후 차익매물이 더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저PBR주에 대해선 조정 발생시 매수 관점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총선 전까지 정부의 강한 정책 드라이브 계속될 가능성 높으며 일본이라는 좋은 정책 선례가 존재하고 제시됐던 정책들이 실제 기업의 행동까지 연결되는 모습들이 확인되게 된다면 주가는 강하게 긍정적으로 반응했던 것을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