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최근 나온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직원의 작년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2.9% 오른 1억1600만원, 이 은행들을 계열사로 둔 4대 금융지주 직원은 평균 연봉이 1억7100만원이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벌어 들인 이자 수익으로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고연봉을 주며 ‘돈 잔치’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이런 가운데 금융노조가 지난 11일 사용자 측에 올해 8.5%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2.1%)과 소비자물가 상승률(2.6%) 전망치에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 상황(3.8%)을 고려해 합산한 수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물가 상승률과 이로 인한 최근의 실질임금 저하분은 노사가 숫자는 따져 봐야겠지만, 성장률은 왜 넣은 것일까요. 노동법 전문가인 이정 한국외대 교수도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 교수는 “임금에 우리나라 성장률을 반영하자는 것은 생소하다”며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업종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성장률 수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습니다.

‘8.5% 임금 인상안’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싸늘합니다. 금융노조의 이번 교섭안엔 주 4.5일 근로제 도입, 영업시간 변경(오후 8시까지 여는 ‘이브닝 플러스 점포’ 등) 시 노조와 사전 합의 등 내용도 담긴 터라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더 달라는 거냐” 같은 날 선 댓글이 많습니다.

물론 노조는 불법이 아닌 한 다양한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제시해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의 하나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가뜩이나 은행권의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로 불편해진 국민 심기를 건드린 모양새입니다. 고객의 돈을 보호하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이상한 논리까지 만들면서 제 몫 챙기기에만 바쁘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은행원들이 보다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