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됐던 포인트 끝판왕 카드가 갑자기 부활했어요. 언제 다시 막힐지 모르니 서두르세요.”

지난해 신규 발급 중단 카드가 역대 최대(458종)를 기록한 가운데, 추억의 알짜 카드가 7년 만에 부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롯데카드의 ‘벡스2(VEEX)’.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히트 상품이 재등장한 것은 카드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벡스2카드는 15만원 이상 결제하면 포인트로 2%를 쌓아줘서 차량 구입 등 거액을 쓸 계획이 있던 소비자들에게 특히 사랑 받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6일 “원래 벡스2카드는 오리지널인 벡스카드 회원들에 한정해서 발급해 왔는데, 지난 달부터 기존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발급하기 시작했다”면서 “정확한 숫자는 밝힐 수 없지만 부활 마케팅 이후 벡스2 신규 고객이 꽤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月 500만원 긁으면 포인트 10만

‘포인트 적립 끝판왕’이라고 불렸던 벡스카드는 2017년 단종 전까지 연간 25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1위 적자카드’였다. 카드사 입장에서 적자가 컸다는 말은 그만큼 소비자에겐 유리한 상품이었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15만원 이상 결제하면 포인트가 2%씩 무제한 적립됐다. 국세나 건강보험료는 물론, 자동차나 상품권을 살 때도 포인트가 적립되어 인기가 높았다.

롯데카드는 경영에 부담이 되는 벡스카드를 단종시킨 뒤, 월 10만원(사용액 기준 500만원) 적립 한도가 있는 벡스2카드를 새로 만들었다. 이달 현재 롯데카드가 발급 중인 상품은 벡스2카드다. 벡스카드 유효기간(5년)이 만료되어 갱신할 때 대체품으로만 한정적으로 발급됐다. 월 적립 포인트 한도가 생겼다는 점 외엔 상품 내용은 벡스카드와 동일하다.

서초구에 사는 50대 회사원 이모씨는 “소비자 입장에선 알짜 카드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 아쉬웠는데 전설의 카드라는 벡스2가 발급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연회비 1만원도 요즘 나오는 카드들에 비해 비싼 편도 아닌데 프로모션 대상이라고 면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국세 낼 때도 1.2% 이득

벡스2카드는 결제 금액에 따라 포인트 적립률이 0.2~2%로 다르다. 최대 2%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으려면, 전월 실적 기준 30만원을 채워야 한다. 포인트 적립 금액도 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월한 편이다. 종합소득세 등 15만원 이상 국세를 긁으면 포인트가 2% 쌓이는데, 신용카드 수수료(0.8%)를 감안해도 1.2% 이득이다. 카드 포인트는 가입자 계좌로 현금 이체가 가능하다.

카드 발급 방법은 다소 불편하다. 카드사 홈페이지나 카드앱 등에선 불가능하고 고객센터 전화로만 발급받을 수 있다. 롯데카드 기보유 고객이 대상이며, 신규 고객은 불가능하다. 다른 종류의 롯데카드를 발급받은 후에 추가 발급을 요청하는 식으로 우회 가입은 가능하지만, 카드사 정책에 따라 언제든 막힐 수 있다. 벡스2카드 발급 관련 입소문이 난 탓에 고객센터 전화 연결까지 대기 시간은 꽤 걸릴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고객 이탈 방지용” 분석도

그런데 롯데카드는 왜 이런 이례적인 ‘부활 마케팅’을 펼치는 걸까.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는데,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부가 서비스를 줄이고 쓸만한 카드도 계속 단종시켰다”면서 “이 과정에서 고객 이탈이 계속되자 경쟁력 있는 상품을 미끼처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롯데카드는 본연의 비즈니스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수익을 많이 냈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이 나빠지면서 수익도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691억원으로 전년(2743억원)에 비해 38% 줄었다<표 참고>.

현재 롯데카드 최대 주주는 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MBK파트너스(60%)이고, 20%는 우리금융, 나머지는 롯데쇼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