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글로벌 주식 시장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엔비디아 투자를 고민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서 162%쯤 뛰었다. 그런데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출렁이자 직접 엔비디아만 사기보다 다른 주식, 채권과 섞은 ETF(상장지수펀드)를 매입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투자자도 있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엔비디아를 편입한 ETF를 출시했다. 1년 수익률 상위 ETF 10개 중 5개가 엔비디아를 편입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엔비디아 관련 ETF를 어떤 기준으로 따져 투자해야 할까.

◇엔비디아 편입 비중 따져 봐야

우선 ETF에 엔비디아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졌다. 통상 엔비디아를 20% 이상 담은 ETF가 수익률이 비교적 높았다. 24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반도체MV’는 엔비디아를 23.66%쯤 담고 있다. 엔비디아 외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와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 퀄컴 등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이 ETF는 지난 1년간 91.25%의 수익을 내 국내 상장 주식형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를 26~29%쯤 편입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와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글로벌AI반도체’도 1년 수익률이 각각 81.46%, 61.41%로 높았다. 반면, 엔비디아를 17%쯤 담은 ‘TIGER 글로벌AI액티브’와 13%쯤 담은 ‘ACE 글로벌브랜드TOP10블룸버그’의 1년 수익률은 각각 53.93%, 27%로 집계됐다.

그래픽=김현국

◇차세대 AI종목 편입도 챙겨야

단순히 ETF 내 엔비디아 편입 비중뿐 아니라 엔비디아 외에 주목할 만한 차세대 AI 관련 종목들을 함께 담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는 엔비디아 편입 비중이 17.7%로 비교적 낮지만 1년 수익률이 73.5%에 달한다. 이 ETF는 엔비디아 외에도 영국의 반도체 디자인 회사 ARM, 미국 액침냉각업체 수퍼마이크로컴퓨터, 데이터 소프트웨어 기업 넷앱 등 차세대 AI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조상준 타임폴리오운용 ETF본부 부장은 “엔비디아를 담되 액티브 ETF의 장점을 살려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따라 서버나 전력 관련 기업, 국내 반도체 등 새로운 주도주를 시의적절하게 편입해왔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경쟁 기업 비중을 크게 높인 ETF도 눈길을 끌고 있다. 4월 중순에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 AI반도체 칩메이커’ 역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6.9%로 집계됐다. 이 ETF는 국내 ETF 중 브로드컴을 가장 높은 비율(17.2%)로 담고 있는데, 엔비디아 비율(26.5%)까지 합치면 두 종목으로만 43%가 넘는다. 박수민 신한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브로드컴은 빅테크 기업의 반도체 설계 파트너로서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경쟁사 대비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ISA·퇴직연금용이라면 ‘채권형 엔비디아 ETF’

해외주식 직접 투자가 불가능한 퇴직연금 계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엔비디아 투자를 하고 싶다면 엔비디아와 채권을 함께 묶은 ETF도 고려해볼 만하다. 퇴직연금 계좌로 ETF에 투자하면 엔비디아 개별 주식을 사는 것보다 세제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연금계좌로 ETF에 투자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연금 수령 때까지 과세가 미뤄져 복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는 엔비디아를 30%쯤 편입하고 나머지는 안정적인 국고채에 투자한다. 엔비디아 주식과 채권을 섞은 ETF로는 국내 유일하다. 지난 1년 수익률이 48.7%에 달해 기존 채권형 ETF들보다 훨씬 높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에선 적립금의 30%를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주식 비율이 40% 미만인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며 “퇴직연금 계좌에서 엔비디아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