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블랙 먼데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날 때 사야 해요. 곡소리 날 때 들어가야죠.”(투자자 A씨)
“공포에 산 내가 승자! 다들 코로나 때 경험했잖아요!”(투자자 B씨)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학습 효과 때문일까. 지난 5일 대폭락장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식 게시판은 뜨거웠다. 한 30대 직장인 투자자는 “이번 폭락장이 ‘여름할인 찬스’라고 생각했다”며 “단톡방에서도 ‘지금 사라!’는 글이 폭주했다”고 말했다.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락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 행렬에 뛰어들어 주가를 끌어올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도에 나서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 상식인데, 이를 뒤엎은 것이다.
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3% 오른 2568.41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외국인이 207억원, 기관이 3071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쌍끌이 매도’에 나섰지만, 개인이 296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날인 6일에도 외국인이 1742억원, 기관이 3256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4534억원 순매수하며 주가가 3.3% 상승했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섰을 때 코스피가 1% 이상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전례 없는 현상이 이번 주에만 이틀 연속 나타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2차 동학개미운동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 개미들이 이끄는 2차 동학개미운동?
동학개미운동이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외국인들이 파는 주식을 개미 군단이 사들여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 민초들이 뭉쳐서 외세에 저항했던 ‘동학농민운동’에 비유한 말이다. 당시는 외국인 투매로 주가가 단기 급락하자 개미들이 저가 매수에 뛰어들어 상승장을 이끌어냈다. 거듭된 주식시장 하락에 정부 대책이 부실하자, 개미들이 “우리라도 버텨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주가방어에 나선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저가 매수하면 반드시 오르더라”라는 1차 동학개미운동의 학습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6일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은 1차 동학개미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대장주 ‘삼성전자’다. 2위는 미국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바이오주 ‘셀트리온’, 3위는 중동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가장 주목받는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7일에는 상승장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전일 대비 1.07% 하락한 기아차가 1위, 4.40% 하락한 DB하이텍이 2위였다. 1차 동학개미운동이 시작한 지난 2020년 3월 20일에는 1위가 삼성전자, 2위가 현대차, 3위가 삼성전자(우)였다.
◇빚투와 고객예탁금도 증가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일 58조9618억원으로 지난 주말(2일 53조8679억원) 대비 5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 5일에는 59조4896억원까지 급증했다. 투자자예탁금이 59조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4월 1일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고수익의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장세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해 투자하는 ‘스마트 머니’ 성격을 가진다. ‘1차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었던 2021년 8월에는 월평균 투자자예탁금이 69조원대에 달하기도 했다.
대폭락장에 빚을 내서 주식 투자에 나선 이른바 ‘강심장 빚투족’도 등장했다. ‘블랙 먼데이’였던 지난 5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8조6800억원, 신용대출 잔액은 92조7484억원으로 전일 대비 하루 만에 약 9000억원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통상 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어나는데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락장에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 돈이 주식 투자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증시에 워낙 변수가 많아 이번에도 동학개미운동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6일에 비해 7일 코스피 상승 동력은 상당 부분 줄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인공지능(AI) 거품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3대 악재가 해소되기 전까지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1차 동학개미운동은 아무도 예상 못한 ‘V자’ 반등이었지만,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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