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들의 연회비 평균이 1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큰손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연회비가 10만원이 넘는 카드를 ‘프리미엄 카드’라고 부른다. 카드사들로선 혜택만 쏙쏙 챙겨 비용이 많이 나가는 일반 고객들보다는 소득이 높고 소비도 많이 하는 고객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혜택이 점점 줄자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쓸 만한 카드가 없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연회비, 작년보다 63% 늘어
20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2024년 상반기 출시 신용카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새로 나온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 평균은 11만322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평균(6만9583원)보다 63%나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신용카드 연회비는 평균 8만3453원이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에 카드사들이 연회비가 1만~2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전체 연회비 평균을 소폭 끌어내렸다. 그러다 올 들어 카드사들이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카드’를 속속 출시하면서, 평균 연회비가 다시 오른 것이다.
카드고릴라는 작년부터 카드사들의 연회비 추이를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집계했는데, 연회비 평균이 10만원이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 리뉴얼, 신규 출시 등을 통해 수익성을 늘리고 우량 고객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카드 출시 몰두하는 카드사들
최근 프리미엄 카드 출시에 가장 집중하는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지난 5월 연회비 20만원을 내야 하는 프리미엄 카드 ‘현대카드 서밋’을 출시했다. 지난 2월에는 ‘아멕스 더 플래티넘 카드’ ‘아멕스 골드 카드’, ‘아멕스 그린 카드’ 등 총 3종의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연회비는 각각 100만원, 30만원, 15만원이다.
하나카드는 지난 2월 새 프리미엄 브랜드 ‘JADE(제이드)’를 런칭하고 연회비 12만원의 ‘제이드 클래식’을 선보였다. 이어 제이드 프라임 해외 겸용(연회비 30만원), 제이드 퍼스트 해외 겸용(연회비 60만원), 제이드 퍼스트 센텀 해외 겸용(연회비 100만원) 등 3종의 프리미엄 카드를 내놨다.
우리카드도 지난 3월 프리미엄 카드인 ‘카드의정석 디어(Dear)’ 2종을 출시했다. 연회비는 15만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과 고금리 때문에 늘어난 조달 비용 때문에 카드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활로를 프리미엄 카드 등에서 찾고 있다”며 “프리미엄 카드는 소비자들이 돌려받는 혜택도 많아 연회비가 많아도 오히려 소비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카드 단종은 역대 최다
한편, 카드사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카드는 줄줄이 단종시키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카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단종된 카드는 총 458종으로 집계됐다. 연간으로 따져 역대 최대였다.
그런데, 올해 6월까지 단종된 카드는 373종에 달한다. 2020년(202종), 2021년(306종) 단종된 카드 수를 훌쩍 뛰어넘었고, 지난해의 절반도 넘었다. 이렇게 단종된 카드에는 소비자에게 쏠쏠한 혜택을 주는 이른바 ‘혜자카드’들이 포함되어 있다.
카드사들이 연회비 높은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카드는 단종하면서 실적은 다소 개선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52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4470억원)보다 약 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와 혜택이 많은 대신 자신에겐 필요 없는 혜택까지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각종 카드 혜택을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에게 맞는 카드를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