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항공편 지연을 알리는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김모(43)씨는 최근 여름휴가로 가족과 말레이시아 여행을 갔는데, 출발할 때 비행기가 6시간 넘게 지연됐다. 김씨는 출국 전 ‘비행기가 지연될 경우 보상해준다’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해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 가족은 항공기 지연에 따른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김씨가 가입한 여행자보험의 지연 비용 특약은 실제 지출한 비용을 돌려주는 ‘실비 정산’ 개념이었는데, 김씨는 공항에서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항공기 지연에 대해 실비를 기준으로 보상받는 줄 알았으면, 공항에서 밥도 사 먹었을 텐데 쫄쫄 굶었다”며 “보험사에서 실제 발생한 비용을 보상한다는 점을 큼지막하게 써두든지 더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런 사례가 속출하자 소비자들이 여행자보험으로 보상을 받으려면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행자보험의 항공기 지연 비용 특약은 대체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발생한 숙박비나 식비, 간식비 등을 통상 10만~20만원 한도로 보상해준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는 항공기가 연착하기만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오인했다가, 결국 김씨처럼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지연이 발생한 항공사 측에서 식사랑 이동을 제공해줘서 실제 보험으로는 보상받을 게 하나도 없었다”, “정신적인 피해가 있지만 실비 외에는 보상이 전혀 없었다” 등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여행자보험과 관련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은 “항공기 지연 비용 특약에 가입했어도 여행 일정 변경으로 인한 숙박비나 관광지 입장권 등의 간접 손해는 보상받지 못한다”며 “항공기 지연 비용 특약은 대체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결제한 비용만 보상한다”고 했다.

또, 여행자는 ‘해외여행 실손의료비 특약’에 가입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여행 실손의료비 특약은 해외여행 중 다쳐서 국내외 병·의원 등에서 치료받는 경우 의료비를 보상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존에 가입한 실손보험과 중복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