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아시아 증시가 요동쳤다.

30일 중국의 우량기업 300곳의 주가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8.48% 급등했다. 2008년 9월 19일(9.34%) 이후 최고 일일 상승 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선전종합지수는 10.67%, 상하이종합지수는 8.06%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증시가 지난 24일 대규모 부양책 발표 이후 20% 이상 급등해, 불 마켓(활황장)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평균은 이날 4.8% 하락한 3만7919.5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선출 후 첫 거래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양책에 중국 증시 급등

앞서 24일 중국 정부는 지급 준비율 인하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30일에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전날 인민은행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시중은행에 지시했고, 이에 은행은 기존 모기지 금리를 평균 0.5%포인트 정도 인하할 전망이다. 또 이날 광저우는 주택 구입에 대한 모든 제한을 푼다고 발표했고, 상하이와 선전은 외국인 구매자의 주택 구입 제한을 완화하고, 첫 주택 구입자의 최소 계약금 비율을 15% 이상으로 낮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8로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도 증시 상승에 일조했다. PMI는 50 이상은 경기 확장, 이하는 위축을 나타낸다. 그러나 전달의 49.1보다 개선됐고, 시장 예상치 49.5도를 웃돈 게 호재로 통했다. 중국 증시가 국경절 등으로 1~7일 휴장에 들어가는 것도 증시 상승의 이유로 지목된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 관련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개발회사인 롱포 프로퍼티 주가가 9.62%, 선전 오버시즈 차이니즈 타운 주가가 10.19% 올랐다.

금리 인하 수혜주로 꼽히는 테크, 바이오주도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바이오는 미국 하원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통과시킨 ‘생물보안법’ 대상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이 각각 9.51%, 10.00% 급등했다. 미국에서 관세 폭탄을 맞고 있는 대표적 철강 회사 안강스틸과 안후이 홍루스틸도 각각 9.82%, 10%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현지 증권사에서는 신규 거래 계좌 개설 요청이 급증했고, 거래앱에서 주문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증시, 금리 인상 우려로 하락

반면, 일본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평균은 이날 4.8% 하락한 3만7919.5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선출 후 첫 거래일이었다. 이시바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을 ‘올바른 궤도’라고 하는 등 금리 인상에 우호적이다. 그런데 금리를 올리면 엔화는 강세로 가고 이는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을 짓눌러 주가에 부정적이다. 이시바가 금융 소득 과세와 법인세 인상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아사히 신문은 “이시바 총재는 금리 인상을 통한 금융 정상화에 관심이 있는 만큼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당선될 줄 알고 올랐던 주가가 빠지는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NHK도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결선 투표에 진출해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데 대한 반작용이 있다”면서, “엔화 강세도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재 당선으로 투자자나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선거 전 이시바는 부자증세로 불리는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추진할 뜻을 내비쳐왔다. 선거에서 금융소득 과세가 쟁점으로 부상하자 이후 톤을 낮추기는 했지만 향후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시바 총재는 선거 당시 제시한 정책 궤도를 수정하고 있지만 금융소득과세 등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지난 27∼28일 닛케이 평균 선물 가격이 크게 하락해 금주 초에 수출 관련 주식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날 코스피는 2.13% 하락한 2593.27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4.21%, 5.01% 빠지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으로 자금 이탈과 징검다리 연휴발(發) 수급 공백 등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