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권의 대출 금리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2월 들어 꾸준히 2%대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연말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 높이기 역시 계속되고 있어 금융 소비자들이 낮아진 금리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4일 기준 2.955%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29일 2년 8개월 만에 2%대를 기록한 이후 12월 들어 내내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2.904%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한 은행권 주담대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대부분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3%대에 진입했다.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전날 기준 연 3.73%~5.07%로, 지난달(연 3.75~6.15%)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1.08%포인트나 하락했다.
신용대출 금리 지표로 주로 활용되는 금융채 1년물 금리도 지난 2일 3.0%를 찍은 이후 4일 2.997%를 기록하면서 2%대를 유지 중이다.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미 금융업계는 3% 초반대를 유지하던 금융채 금리가 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예상치 못하게 기준금리를 연 3.0%까지 인하하면서 그동안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던 시장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가산금리가 더해져 정해지는데, 벌어진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운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당국의 연말 가계대출 조이기 역시 끝나지 않은 탓에 시중은행들은 서둘러 대출 문턱을 기존보다 더 높이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주담대 갈아타기 등의 수요가 있을 수 있고, 현재 연말까지 은행들이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행사까지 나서고 있어 대출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오는 9일부터 다른 금융기관 대출을 대환하는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주요 신용대출 8개 상품에 적용되는 0.5~1.4%포인트 우대금리를 4일부터 없앤다고 발표했다. 또 신규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는 폐지하고, 기존 신용대출을 연장·재약정하는 경우엔 기존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이런 조치는 모두 연말까지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동안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 대출한도 축소 등을 통해 대출 수요에 대응해 왔는데, 다시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부채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갈아타기 수요 등이 대출 문턱이 낮은 은행으로 쏠릴 경우 그동안 관리해 오던 가계부채가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서로 관리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낮아지는 것보다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면서 신규 대출자들의 어려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