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원금 회복은 가능할까요, 아니면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하나요?”(40대 회사원)

“곧 큰 돈 들어갈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노후 준비한다고 우량주만 사놨는데... 반평생 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50대 주부)

탄핵 정국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9일 한국 주식시장에서 불안해진 개인 투자자들의 패닉셀링(공포 속 매도)이 나타났다. 앞서 개인들은 지난 6일에도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75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는데, 이날도 1조19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투매가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8% 하락한 2360.58에 장을 마쳤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코스닥 역시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5.2% 하락한 627.0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장중 630선 밑으로 하락한 건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 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8원 오른 1437원에 마감했다.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일 불안해진 개인들의 8900억원 어치 주식 매도로 코스피가 전날 대비 2.8% 하락한 2360.58에 마감했다./연합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가 연쇄 매도를 불러 일으키며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89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코스닥에서도 개인들의 순매도 금액이 이날 하루에만 3000억원이 넘었다.

투심이 차갑게 식으면서 지난 7월만 해도 20조원이 넘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6일 16조2046억원까지 떨어지면서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통상 빚투(빚내서 투자)라고 불리는 신용융자 잔고는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가 높을 때 개인들이 빚을 내서 주식을 매수하면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탄핵 사태로 투심이 얼어 붙으면서 가파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코스피는 이날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면서 2400선 탈환을 시도했지만 개인들의 거센 매도세를 막진 못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7700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반면 기관은 7000억원 순매수 우위를 보였고, 외국인 역시 1000억원대 ‘사자’였다. 코스닥 역시 개인들만 30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00억원, 1000억원 어치 한국 주식을 담았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5%대 하락세로 마감했고,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3% 떨어진 8만28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 삼성전자는 1.3% 하락한 5만3400원에서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1.1% 상승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 이외에는 대부분의 섹터가 모두 하락했다”면서 “대왕고래, 원전, 방산 등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정책 테마주는 급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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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상황 점검 회의에서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4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장이 발생하면 증안펀드가 가동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8% 이상 하락한 경우 발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