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연합뉴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3% 초반대까지 내려오면서 시중은행과 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저축은행은 전통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했지만 금리 차이가 줄어 경쟁력이 약해졌다. 저축은행은 올해 대출보다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32%로 집계됐다. 저축은행권의 평균 금리는 2년 연속 하락하고 있는데, 전년(3.96%) 대비 0.64%포인트, 2023년(5.35%) 대비 2.0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최고 금리 상품도 지난해 4.3%에서 올해 3.5%까지 내려왔다.

주요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3% 초반이다. 12개월 만기 상품 기준 SBI저축은행이 3.2%, OK저축은행은 3.21%, 웰컴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3.25%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이 3.3%로 주요 저축은행 중에서는 높은 편이었다. 3.5%로 가장 높은 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저축은행은 드림, 대한, 바로 등 지역 중소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의 금리는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 이날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 예금 금리는 연 최고 3.0~3.3%였다. 같은 상품의 전월취급 평균금리는 2.92~3.39%다. SBI나 OK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우리은행이나 농협은행의 정기예금 기본 금리보다도 낮은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저축은행이 최근 수신에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대출 취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 저축은행이 주로 대출을 내주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올해도 여전히 좋지 않으며, 동시에 실물경제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서민경제가 안 좋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서민들의 신용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연체율을 해소해야 하는 저축은행으로서는 이자 비용을 올리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해서 개인 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다.

또한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목표는 건전성 강화다. 지난해부터 악화된 경영환경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급격히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 및 부실채권 매각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연체율은 평균 8.73%로, 직전 분기 대비 0.37%포인트 상승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올해 저축은행업계가 부동산 PF와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별로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저축은행업권이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사라진 만큼 올해도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시중은행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부터 금융 당국이 건전성 관리를 꾸준히 요구하는 만큼 모든 저축은행은 수신보다는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