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배당은 그래서 언제 결정되는 건가요.”(한샘 주주)
“배당락을 고려해도 많이 빠졌다고 생각하고 담았는데, 배당락일이 아니었다니 오히려 잘됐네요.”(예스코홀딩스 주주)
투자자가 배당 여부나 배당 규모를 모른 채 주식을 매매하는 ‘깜깜이 배당’을 피하고자 결산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이후로 미루는 상장사가 늘었다. 이른바 ‘선(先)배당 결정·후(後)투자’ 기업이다.
선배당 결정·후투자는 쉽게 말해 결산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일을 연말(12월 31일)이 아닌 정기 주주총회 전후인 2~4월로 옮기는 것이다. 미리 배당 여부를 인지한 상태에서 배당기준일(2~4월의 어느 날)까지 주식을 보유해 배당을 받도록 하자는 것으로, 금융당국이 이를 장려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배당기준일을 오인한 투자자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산 배당기준일이 그동안 연말이었던 만큼 잘못 알고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도 많았던 것이다. 기업마다 배당기준일이 다르고, 그 날짜도 이사회 이후로만 밝힌 경우가 많아 헛갈린다는 의견도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달 30일 ‘정관 변경에 따른 배당기준일 안내’를 공시했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결산 배당기준일을 결산기 말(12월 31일)에서 이사회에서 정한 날로 바꿨다는 내용이었다.
한샘은 “결산 배당은 12월 31일이 아닌,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할 배당기준일에 근거해 지급 여부가 결정되고, 배당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 배당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샘의 결산 배당기준일을 12월 31일로 오인한 투자자는 이미 배당락일에 매도 물량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선배당 결정·후투자를 도입하기 전 12월 결산법인의 배당락일(배당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은 지난달 27일이었는데, 같은 날 한샘 주가는 7.81% 하락했다.
예스코홀딩스도 정관을 바꿔 배당기준일을 결산기 말이 아닌 이사회에서 따로 정하기로 했다. 예스코홀딩스 이사회가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만큼 배당기준일은 그 이후가 된다. 그러나 예스코홀딩스 역시 지난달 27일 주가가 11.71% 내렸다. 배당기준일을 기존과 같은 12월 31일로 착각한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예스코홀딩스는 배당기준일이 추후 결정된다는 안내 공시도 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이 컸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달 26일 배당기준일을 정기 주주총회 이후인 3월 말로 하겠다고 공시했다. 배당기준일을 기존처럼 12월 31일로 알았던 주주 입장에선 배당락일 하루 전날에야 안내 공시가 나온 셈이다.
미리 배당기준일을 안내했지만, 정확한 날짜 대신 이사회에서 결의할 예정이라고만 한 상장사도 다수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코스피시장 상장사 가운데 278곳이 배당기준일을 12월 31일이 아닌 이사회에서 별도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구체적 배당기준일을 밝히지 않았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393곳도 이사회 결의 후 정확한 배당기준일을 공지하기로 했다.
각 기업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만큼 기준일은 천차만별이다. 하나투어는 오는 8일이 결산 배당 기준일이다. 결제까지 2거래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는 6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쏠리드는 오는 3월 31일이 결산 배당기준일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결산 배당기준일뿐만 아니라 분기·반기 배당기준일도 3·6·9월 말이 아닌 날이 될 수 있다. 기업이 관련 정관을 개정하면 분기 말로부터 45일 이내에 개최하는 이사회에서 배당액을 결정하고, 배당기준일은 그 이후로 정할 수 있다. 배당주 투자자가 기존보다 더 기업 정관과 배당기준일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배당기준일 혼선에도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배당주 투자가 유리하다고 보는 증권사가 많았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결의 이후로 바꾼 기업은 이제부터 결산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확실한 시기를 배당으로 돌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시장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적어도 5년 이상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 온 기업들을 실적 성장 여부로 선별해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