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건조한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가 주춤하고 있다. 신조선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최근 주가가 오른 조선주에도 ‘피크 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을 고려할 때 국내 조선업계의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2023년 1월 162.67에서 2024년 9월 189.96까지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89.64 → 11월 189.18 → 12월 189.16 → 2025년 1월 현재 188.8로 조정을 겪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가 180선을 넘은 것은 조선업 최대 호황기던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수치만 보면 여전히 조선업은 호황으로 판단되지만, 일단 상승 흐름은 멈췄다.
하지만 환율을 반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평균 원·달러 환율은 2024년 9월 1334.82원에서 이달 현재 1462.74로 뛰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와 연말 계엄 사태 여파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뚝 떨어졌다. 환율 변동을 반영한 원화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해 10월보다 현재 8.9%가량 올랐다.
예를 들어 국내 조선업계의 핵심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신조선가는 지난해 9월 2억6150만달러에서 현재 2억5900만달러로 내려왔다. 그러나 평균 원·달러 환율을 반영하면 오히려 3490억원에서 3790억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준으로 초대형유조선(VLCC) 신조선가 역시 달러로는 1억2900만달러 안팎에서 횡보 중이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170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올랐다.
조선사가 달러로 선박 판매 대금을 받는 만큼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은 수주하고 1차 선수금을 환전하고 남은 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70~100% 선물 환매도로 환 헤지(위험 회피)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원화 기준 신조선가는 오르고 수주 이익도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실적 전망을 높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조선 빅3’ 영업이익 규모를 HD현대중공업 1조2210억원 ▲삼성중공업 7730억원 ▲한화오션 5830억원 등 총 2조577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3개월 전 전망과 비교하면 360억원 정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전후를 조선 빅3 주가의 분기점으로 꼽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한국 조선업체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국내 조선주 주가가 단기간 30~40%가량 올랐던 만큼 차익실현 매물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