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밈 코인 'TRUMP'를 홍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X(옛 트위터) 게시물.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최근 잠잠했던 ‘김치 프리미엄’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 시세보다 높은 경우를 뜻한다. 이 때문에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다양한 가상자산을 살 수 있다. ‘트럼프 코인’ 투자를 통해 해외 거래소에 입문한 투자자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프리미엄 지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주요 가상자산의 김치 프리미엄은 5%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5.5% ▲이더리움 5.1% ▲리플 5.8% ▲테더 5% 수준으로, 비트코인의 경우 해외 거래소(코인마켓캡 기준 1억4700만원 선)와 비교해 국내 거래소(1억5400만원 선)에서 약 700만원가량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업비트 프리미엄 지표는 업비트와 다른 거래소 간의 시세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글로벌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을 기준으로 국내와 해외의 가격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솔라나의 김치 프리미엄은 6.5%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35만4000원대에 거래되는 솔라나가 국내에서는 3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직전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를 솔라나 네트워크를 통해 발행하면서 가상자산 솔라나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피셜 트럼프는 국내에 상장돼 있지 않다 보니, 대체재로 솔라나를 매수하는 투자자도 상당하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김치 프리미엄은 1% 안쪽에서 움직였지만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국내 투심이 쏠리면서 한 달 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계엄 사태 당시에는 국내 상황이 불안정한 여파로 오히려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더 저렴한 ‘역(逆) 김치 프리미엄’까지 등장했었다. 김치 프리미엄은 거래소별 수요·공급 차이로 발생한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수요 대비 부족한 유동성과 원화만 거래를 지원하는 등 폐쇄적인 구조로 가격 변동성이 더 크다.

국내와 해외 거래소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해외 거래소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국내의 높은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 김치 프리미엄 폭만큼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도 있고, 환율 조정 시 환율을 반영한 가격 하락도 있다. 특히 이틀 전 발행된 트럼프 밈코인은 아직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 이용 방법을 공유하며 오피셜 트럼프를 구매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국내 거래소에 가입한 투자자는 원하는 해외 거래소에 가입한 뒤 해당 거래소의 KYC(신원 인증) 절차를 완료한다. 이후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비트코인이나 테더 등을 구매해 해외 거래소의 해당 가상자산 지갑으로 송금하고 이를 이용해 원하는 가상자산을 구매하면 된다. 해외 거래소는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트럼프 코인을 통해 해외 거래소 이용 방법을 알게 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굳이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살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해외 거래소는 통상적으로 국내 거래소보다 수수료가 더 저렴하고 다양한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다. 또 풍부한 유동성과 즉각적인 시세 반영으로 국내 차트보다 정확하다는 점, 국내와 달리 선물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해외 거래소의 매력으로 꼽힌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처음 가상자산 투자에 입문한 뒤 시간이 좀 지나면 다양한 상품군과 유동성 등의 이유로 해외 거래소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에도 국내 투자자의 상당수가 바이낸스와 비트겟, 바이비트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트럼프 코인 구매를 위해 해외 거래소를 접하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서 해외 거래소를 찾는 투자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